20조원 정부 연구비 '나눠먹기' 갈수록 심해진다

과제당 평균 연구비 2016년 3.5억→2019년 2.9억
대형 과제 줄고 소액 과제 점점 늘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수가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반면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연구비 나눠먹기'가 더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열린 제2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2019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결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35개 중앙부처, 처, 청, 위원회가 수행한 847개 사업의 7만327개 연구과제 예산 집행에 대한 분석 자료다.총 집행액은 20조6254억원으로 전년(19조7759억원)보다 4.3% 증가했다. 과제 수는 6만3697개에서 7만327개로 10.4% 늘었다. 연구 책임자 수는 4만4578명으로 역시 전년보다 3.1% 늘어났다.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2.9억원으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지난 4년(2016~2019년)동안 최저치다. 3000만원 미만 소액 과제가 21.1%로 전년보다 4.9%포인트 늘었다. 연구비 구간별로 보면 5000만원 이상~2억원 미만이 2만9146개(41.4%)로 가장 많았다. 5000만원 미만이 2만5770개(36.6%)로 두번째였다. 2억원 이상 대형 과제 비중은 21.9%로 전년보다 2.1%포인트 감소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인문사회 계열 시간강사 지원 확대가 소액과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부처별로는 과기정통부가 7조원(33.9%)으로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15.7%), 방위사업청(15.3%), 교육부(9.3), 중소벤처기업부(4.9%), 농촌진흥청(3.1%), 해양수산부(3.1%), 보건복지부(2.5%), 국토교통부(2.4%) 순이었다. 과기정통부 등 상위 5개 기관이 전체의 79.1%를 차지했다. 수행주체별로 보면 대학이 5조원(24.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소·중견기업(4.5조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과기정통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연구소(4조원), KAIST 등 부처 직할 연구소(3.7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원유형별로는 기초연구가 4조6415억원(32.7%), 응용연구와 개발연구가 각각 3조458억원(21.5%), 6조4883억원(45.8%)을 차지했다. 기초연구 가운데서는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연구하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사업'이 많이 늘었다. 이 분야 집행액은 1.7조원, 과제 수는 2만3104개로 전년보다 각각 19.6%, 31.7% 증가했다.

과학기술표준분류상 투자규모는 기계가 3.4조원(17.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보통신(10.6%), 전기전자(9.6%), 보건의료(9.2%), 농림수산식품(6.7%), 과학기술과 인문사회(6.3%) 등 순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생명·보건의료 등 '중점 과학기술' 분야 집행액은 10조9232억원으로 나타났다. ICT·SW, 생명·보건의료 분야는 전년보다 늘었으나 우주항공해양, 건설교통 부문은 줄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