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로 "미중 무역합의 끝났다" 발언했다 번복…美 지수 선물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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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무역합의 끝난건가" 질문에 "끝났다" 응답대중(對中) 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미중 무역합의가 끝났다고 말했다가 급히 번복했다. 이에 따라 미국 증권시장 주요 지수 선물이 일제히 출렁였다.
선물 급락에 해명 성명 발표
"중국 공산당과의 신뢰가 끝났다는 것"
나바로 국장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 경제적 타격을 주려 했고,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등 ‘정보전’까지 벌이고 있다”며 “홍콩 등에선 민주주의도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진행자가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협상은 끝났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나바로 국장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해 미국에 해를 끼쳤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중국 대표단이 미국에 협상차 왔던 지난 1월15일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두 달은 족히 된 때였다”며 “그러나 중국 측은 미국 당국에 코로나19 사태를 알리지 않았고, 그 사이 중국에선 수천명이 미국으로 와 바이러스를 전파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게 미중 관계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 증권시장 주요 지수 선물은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지수 선물은 4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나바로 국장은 긴급 성명을 내고 “내가 ‘끝났다’고 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에 대해 가진 신뢰에 대한 얘기였다”며 “이미 발효된 미중 1단계 합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전세계에 대유행을 가져왔기 때문에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도 급히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의 무역합의는 온전히 작동 중”이라며 “중국 측이 계속 합의 조건을 지켜주길 희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발언 이후 지수 선물은 반등해 안정세를 찾았다. 다우 선물은 전일대비 약 30포인트 올랐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월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추가관세 중단, 일부 고율관세 축소,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를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 중서부 농업지대(팜벨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 밭’으로 통한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팜벨트 지역 유권자의 75%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