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의협회장 "신규확진자 100명씩 2주 지나면 수도권 마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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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거리두기' 복귀해야"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 방역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 회장은 23일 <한경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도권에서 일일 확진자가 100명 이상 나오고 이같은 상황이 2주 가량 지속되면 모든 병원이 마비될 것"이라며 "다음달부터 당장 등교 수업 등을 금지시키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에선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2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67명 늘었다. 지난달 28일(79명) 이후 23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오전 0시 기준으로도 일일 신규 확진자가 46명 발생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원인에 대해 그는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탓"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들 고통이 상당했던 만큼 당시 방역당국 판단을 비판하고 싶진 않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너무 빨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사람이 북적이는 식당, 카페 등을 보면 우려가 크다"면서 "영업을 중단시킬 수는 없지만 최소한 테이블 간격을 2미터 이상 떨어지게 하거나 가림막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추세대로라면 한 달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800여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서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인구 밀집도로 볼 때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등 장비 현황을 공개해달라고 두 달 전부터 정부에 요청했는데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런 현황이 파악돼야 계획을 세우고 대비할 수 있는데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방역당국에 전국민 항체 표본조사를 해 지역별로 방역대책을 세우자고 건의했는데 이 또한 묵살됐다"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 병원이 마비되면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면서 "중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가벼운 질병이라 생각하고 방역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정부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해왔다.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데 대해 "클럽을 포함한 유흥시설을 규제해야 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동안 묵살하다가 이제와 클러버 탓을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정부가 젊고 건강한 사람은 고령자를 위해 마스크를 양보하자는 지침을 내렸던 것에 대해서는 "본인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전파시킬 우려가 있어 젊고 건강한 사람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모범을 보이겠다며)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방역당국은 당초 입장과 달리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도록 최근 지침을 내렸다.
최 회장은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올 3월 진보 성향 유튜버로부터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해당 유튜버는 의사협회까지 직접 찾아와 최 회장에게 욕설을 퍼붓고 난동을 부렸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