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 공용어' 이모티콘으로 멕시코·예멘도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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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용·박기람 스티팝 대표“미래의 ‘만국 공용어’는 이모티콘이 되지 않을까요?”
이모티콘 없는 해외 메신저 공략
프리랜서 작가와 이용자 연결
창작자는 캐릭터 만들고
고객은 돈 내거나 광고 보고 구입
4년 만에 글로벌 이용자 200만
이모티콘 플랫폼인 스티팝은 이런 발상에서 시작됐다. 언어가 달라도 상관없다.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만으로 어떤 감정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여기에 터치 한두 번이면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모티콘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애초에 언어장벽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무대를 노렸다. 전 세계 작가와 이용자가 자유롭게 소통하고 작품을 공유하는 공간이 목표다.스티팝은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창업 4년 만에 25개국 5000여 명의 작가와 전 세계 2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모티콘에 사용되는 언어도 15종에 이른다.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남미 지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예멘 등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도 사용자가 늘고 있다.
태동기인 해외 시장 노려
스티팝은 2017년 조준용, 박기람 공동 대표가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동갑내기인 두 대표는 고등학교 동기다. 어린시절 해외에서 거주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익숙한 이모티콘이 아직 해외에선 낯설다는 점에서 기회를 엿봤다. 조 대표는 “해외 메신저에는 이모티콘이 없거나 종류가 적다”고 말했다.
국내는 카카오 이모티콘이 꽉 잡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를 보고 나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스티팝은 자체 앱을 두고 창작자와 이용자를 이어주고 있다. 원하는 이모티콘은 ‘돈 내고 구매하기’와 ‘광고 보고 다운하기’ 중 하나를 선택해 보유할 수 있다. 이모티콘 구매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이용자를 위해 광고 보기 옵션을 넣었다. 수익의 절반은 창작자와 나눈다.
한 발 더 나아가 메신저 등 플랫폼에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이모티콘을 넣는 사업도 시작했다. 구글, 펍넙, 플레이키보드 등과 API 계약을 맺었다. 현재 와츠앱, 아이메시지, 페이스북메신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등에서 스티팝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창작자를 모으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조 대표와 박 대표는 SNS를 뒤져 창작자를 찾아나섰다. 하나둘 앱에 이모티콘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창업한 지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해외 작가가 유입되기 시작했다.“글로벌 시장 10배 이상 ↑”
스티팝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작가들에게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시장 공략은 창작자들의 바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쟁사로는 미국 홀러가 있지만 완전히 같은 구조는 아니다. 홀러는 인하우스 작가 40여 명을 고용해 자체 이모티콘을 제작한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한 오픈 생태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며 “각국의 프리랜서 작가들이 그 지역 문화에 맞는 이모티콘을 가장 잘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해외는 움짤(움직이는 짧은 사진)이 익숙한 문화다. 터너, 기피 등 움짤 기업이 구글, 페이스북에 줄줄이 인수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두 대표는 시장의 중심이 이모티콘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작가들에게 2차 저작물 등 추가 수익을 줄 수 있어서다. 조 대표는 “글로벌 이모티콘 시장을 10배 이상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올해부터는 현지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델라웨어에 미국 법인을 세웠다. 영어 버전만 있는 앱도 한국어, 스페인어, 독일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내놓을 예정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