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판 대자보 붙였다고 '유죄'…"5공 때도 없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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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물 침입죄로 벌금 50만원 선고충남 소재 한 대학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시민에게 법원이 지난 23일 유죄(벌금 50만원)를 선고했다. 법원은 해당 행위가 '건조물침입죄'라고 봤다.
대학 캠퍼스는 일반인도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공간
정작 대학 측도 처벌 원치 않아 논란
하지만 대학 캠퍼스는 일반인도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공간인 데다 해당 대학 측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유죄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5공(제5공화국) 시절에도 대통령 조롱하는 대자보가 대학내 즐비했지만 처벌받지 않았다"며 "대통령을 조롱하는 대자보를 게재했다고 건조물 침입죄라니"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대학 캠퍼스에 들어간 행위를 건조물침입죄로 다룬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타 지역 대학 졸업생인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회관과 체육관 등 5곳에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인쇄된 대자보에는 "나(시진핑)의 충견 문재앙이 공수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켜 완벽한 중국 식민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것"이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김 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조사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김 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김 씨가 무죄를 주장하면서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이날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판사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건조물침입죄는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건물에 들어가야 죄가 성립된다. 경찰은 당초 "대학 당국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했다.그러나 재판 증인으로 나온 단국대 천안캠퍼스 관계자는 "신고한 적 없으며 '유사 사례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경찰 부탁에 따라 업무 협조 차원에서 알려준 것뿐"이라고 증언했다.
대학 관계자는 "대자보로 피해를 본 것도 없고 김 씨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재판까지 갈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