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내용이길래"…여의도 증권가 '19금 리포트' 화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19금)의 증권사 리포트(사진)가 등장했다. 온통 빨간색인 표지에 '19금' 표시가 간략히 표기돼 있다. 뒷장에는 '이 자료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만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시청할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문까지 적혀있다.
그동안의 전형적인 증권사 리포트와는 다른 파격적 구성이다. 표지만 보면 실제 19금 내용인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실제 19금 내용은 아니다. 이 리포트를 작성한 신은정 연구원은 미디어·통신을 담당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서 최근 19금 콘텐츠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게 증권사측 설명이다.

'19금 관점에서 콘텐츠 업계를 봐야한다'는 게 신 연구원의 조언이다. 최근 글로벌 인기 드라마들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많다는 점 ▲스릴러·미스터리·범죄 등의 장르가 다수라는 점 ▲TOP10 내 작품 중 절반이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라는 점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19금 콘텐츠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점을 알고 이런 장르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도 '19금 인기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19금이었다. 넷플릭스에서 화제였던 좀비물 스릴러 '킹덤'도 시즌2까지 제작됐다. 최근 업로드된 '인간수업'도 화제를 몰고 있다. 이 드라마는 조건만남 알선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반기에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스위트홈, 제이콘텐트리의 지금우리학교는 등이 청불 콘텐츠와 유사한 장르로 제작될 전망이다.

19금 콘텐츠를 중심으로 장르가 다양화하면서 드라마 제작사에게도 높은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수준 높은 제작 역량을 갖춘 드라마 제작사들이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게 신 연구원의 지적이다.

국내에선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가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며 해외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와의 협업 등이 원할한 제작사로 꼽힌다. 킹덤 1,2로 넷플릭스에서 제작 능력을 보여준 에이스토리도 신 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제작사로 지목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