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사표…"마비된 상소기구 정상화 노력"

"분쟁해결제도·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 재정비 성과 낼 것"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24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 온 통상 선도국으로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WTO는 지난 25년간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함으로써 설립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사회는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고,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WTO의 기본원칙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유 본부장은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이 중지됨으로써 WTO 식 분쟁해결 기능의 실효성을 잃게 됐다”며 “분쟁해결제도와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WTO 상소기구는 국제 무역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곳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상소기구 위원 선임 반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WTO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협상 기능을 복원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하겠다”며 “국제적 위기 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또 “WTO가 지난 25년을 디딤돌 삼아 향후 25년에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견고하게 그 지위와 위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제기구로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통상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산업부 첫 1급 여성 공무원, 첫 여성 차관급 공무원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번에 WTO 사무총장이 되면 한국인 최초 및 첫 여성 사무총장이란 기록도 세우게 된다.유 본부장은 한국인으로서는 WTO 사무총장에 세 번째 도전한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한 뒤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사무총장 후보를 등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네 곳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