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한국 오면 2주 격리, 배 타고 오면 격리 면제?

항만방역 또 다른 구멍…항만 통해 들어온 승무원·선원 격리 의무 없어
특별검역 후 검역 확인증만 발급받아 외출…유증상자만 검체 채취
"모든 선원 코로나19 검사 등 하선 후 관리 철저하게 해야"
부산 감천항 입항 선박 집단감염 사례로 항만을 통한 코로나19 유입이 현실화한 가운데 하선하는 선원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24일 방역 당국과 부산검역소 등에 따르면 그간 부산항 등 항만을 통해 들어와 선박에서 내린 선원은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내·외국인과 달리 2주간 의무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지 않는다.

여객선을 타고 들어오는 승객은 2주간 격리를 하지만, 승무원이나 화물선 선원들은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항공사 승무원이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선박에서 선원들이 내리지 않으면 전자 검역이나 승선 검역이 진행된다.

하지만 선박 수리 등의 이유로 선원들이 하선을 희망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검역 과정을 거친 뒤 배에서 내려 부두 밖으로 나오길 희망하는 선원들이 부산에서만 하루 평균 100∼3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이럴 경우 검역 당국이 선원에 대한 특별검역 후 검역 확인증을 발급해 하선이 허용된다.

현 검역 지침상 선원 중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검체 검사가 진행한다.

이렇게 검역 확인증을 발급받은 선원은 부두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다만 선사 대리점에서 준비한 차량을 이용해 이동해야 하며 대리점에서 지정한 숙소에만 머물러야 하는 등의 방역 지침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런 지침을 어기고 부산 곳곳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이동했다는 목격담이 잇따른다.

한 항만 관계자는 "선사 대리점에서 승선원들을 통제하며 외부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안내를 하지만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외국인 선원들이 이를 어기고 술집 등지를 찾는 것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원들은 항공사 승무원과 달리 외국인이 많고 체류 기간이 길기 때문에 특별히 방역 지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배 위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다가 육지로 오는 경우가 많아 지정된 숙소에만 머무르는 자율 격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항만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는 선원이 일반 승객처럼 한국 땅을 밟은 뒤 2주간 자가격리를 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대부분 한국에서 배가 머무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선원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가 실시될 경우 물류 이동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검역소 관계자는 "감염병 유입을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만 보면 선원도 의무 자가격리를 시키는 것이 맞지만 물류 순환 측면에서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정부에서 각 부처 간 통합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다만 배에서 내린 선원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시급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선원들을 2주간 자가격리 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면 하선을 희망하는 모든 승선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만이라도 지정된 시설에 격리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