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갈등 "갈수록 꼬이네"...공사 노조 25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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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단 청원 20만명 넘어이달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보안검색요원 1902명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의 반발, 공사 정규직 노조의 규탄대회와 1인 시위, 양대 노총의 기싸움도 재현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 1호 사업장인 인천공항공사가 3년에 걸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프로젝트를 종료하겠다는 계획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사 정규직 노조 25일 청와대 상경 기자회견
공사 "보안검색 업무는 아르바이트 불가능" "연봉은 3850만원"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중단’ 청원은 이틀새 20만 명이 넘었다. 청원인은 “인천공항공사의 사무직렬은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데,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커녕 시험도 없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게 공평한가”라며 “스펙을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취업준비생들과 현재 정규직 직원들은 무슨 죄인가”라고 물었다. 청원인은 “이건 역차별이고 평등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이 짧은 시간 내에 동의자가 폭증한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대거 정규직화로 청년들의 취업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대졸자들의 응시분야와 보안검색은 분야가 틀리지만 정규직이 늘어나면 수년 후 그 만큼 채용규모가 줄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공사 일반직(해외사업, 전략, 기획 등)과 보안검색요원은 수행 직무가 다르고,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에 따라 공사 일반직과 구분되는 별도의 임금체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일부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평등한 경쟁과 취업을 위해 ‘부러진 연필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 운동은 취업준비생들이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사례에 항의하는 취지로 공부하던 필기구를 부러뜨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러진 연필 운동을 처음 제안한 취준생은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비정규직 인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 피해는 다른 취준생에게 간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근무자들끼리 주고 받은 대화방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취준생들과 청년들에게 공분을 산 것도 반발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출된 인천공항의 근무자 대화방 내용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공사 정직원되네” “그만두려고 했는데 뼈를 묻자” “난 영어 1도 못하는데...신규 고스펙자는 못들어오게 해야죠” 등 수년간 취업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에게 허탈함을 안겨주는 내용들이었다. 이에 보안검색노조는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보안검색요원은 208시간의 교육 이수 후 정부 인증평가를 받고 투입된 인력이지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다"라며 "청원경찰이라는 별도 직군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공사 일반직 급여와 비교불가하고, 청년들의 일자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저녁에는 인천공항공사 수백명의 직원들이 모여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와 사측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공사 직원 A씨(30)는 “2000명에 달하는 보안검색요원의 직고용에 대해 직원들과 사전에 상의 한 마디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 1400여 명의 직원에 비해 1.5배나 많은 2100여 명 인력이 입사하는 데, 그에 맞는 인사나 복지, 회사 재정 운영방침은 제대로 마련됐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이날 공사의 정규직 노조에는 정규직 전환을 이미 시행했거나 준비 중인 서울교통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정규직 노조가 공동 대처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직고용 결정에 대한 불만이 그 동안 누적돼 있었다는 증거라는 게 인천공항공사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사 정규직 노조의 규탄대회와 1인 시위에 이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24일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동자 대표들과 협의를 진행하자고 인천공항공사에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보안검색요원들의 본사 정규직 전환 결정에 따라 직고용 노동자만 더 나은 처우개선이 이뤄지는 것처럼 소문이 돌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또 청원경찰 도입과 취지에 맞게 확대될 수 있는 직고용 범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만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실제 청원경찰처럼 무기를 소지하고 인천공항 경비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자회사에 속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1900여 명은 직고용 대상이 됐으며, 보안경비 업무(일부 보안검색)를 하는 1700여 명은 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 7월부터 순차적으로 채용된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24일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문에서 △노동단체와 협의없는 일방적 직고용이 아닌 130여 차례 협의를 통해 직고용 대상 확정 △보안검색 업무는 일정기간 교육 등 단독근무를 위해 1년 이상이 필요하므로 아르바이트는 불가능 △평균 연봉은 5000만원이 아니라 3850만원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보안검색요원 1902명은 신규 인력채용이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이라며 “직고용시 협력업체에 지급하던 용역비용을 근로자에게 직접 인건비로 지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