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회계부정' 와이어카드, 결국 파산신청…"독일 증시 사상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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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증시 DAX 상장 기업 최초 파산독일 혁신금융의 상징으로 통한 다국적 전자결제서비스 기업 와이어카드가 파산신청을 했다. 회계감사에서 19억 유로(약 2조6000억원)가 부풀려졌다는 것이 드러난지 일주일만이다.
일주일만에 주가 96% 폭락…금융당국 책임론도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와이어카드는 이날 뮌헨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와이어카드는 자회사들에 대해서도 파산 신청을 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와이어카드는 "오는 30일 8억 유로 규모 대출에 만기가 도래하고, 7월1일엔 5억 유로 규모 대출이 종료되는데 각각 채권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에 파산 신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와이어카드는 독일 증시 블루칩지수인 DAX 상장 기업 중 최초로 파산한 기업이 된다. 와이어카드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세계 26개국에서 모바일·온라인 결제와 신용카드 발급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2018년 한때는 시가총액이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를 뛰어넘었다.
와이어카드가 발표한 재무제표상 매출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50배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배 폭증했다. 이에 일각에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각종 회계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작년엔 와이어카드가 실적을 조작해 회계감사인과 금융감독 당국을 속여왔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와이어카드 회계 부정이 드러난 것은 지난 18일 와이어카드 담당 회계감사법인인 언스트앤영(EY)이 와이어카드 감사 결과 와이어카드가 계좌에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현금 19억유로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 19억유로는 전체 대차대조표의 약 4분의1 규모에 달한다.
와이어카드는 의혹이 제기된지 하루만인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회계감사를 속이고 마치 (없는) 현금이 있는 것처럼 오도하려는 회계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회계 부정을 인정했다. 이날 마커스 브라운 와이어카드 최고경영자(CEO)는 CEO직을 사임했다. 지난 22일엔 회계부정 혐의로 독일 경찰에 체포됐다.
회계부정 문제가 드러나면서 와이어카드 주가는 약 일주일간 96% 폭락했다. 와이어카드 주식은 지난 17일 주당 104.50유로에 장을 마쳤지만 26일엔 3.6유로 선에 거래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문제 제기가 이뤄진 18일 하루동안 날아간 와이어카드 시가총액만 해도 90억 달러에 달한다. 독일 각계에선 금융기관과 정부 당국 등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역사상 최악의 개별 기업 주가 폭락 사태를 놓고 의회 조사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그간 금융당국의 감시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