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리팩, 국내 커피믹스 포장재 PE필름 절반 생산…매출 1% R&D 투자

美 FDA서 "인체 무해" 인정
동서식품·오뚜기 등 제품 포장재로
코로나 사태에도 충격 크지 않아
최병향 한국프리팩 대표가 압출기에서 생산되는 PE필름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선 기자
국내에서 유통되는 봉지 커피(커피믹스) 포장재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PE) 필름의 절반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 한국프리팩이라는 강소기업이다. 한국프리팩은 국내 식품 포장재 PE필름 생산의 선두주자다. 커피믹스를 비롯해 과자, 라면 포장재 등에 쓰이는 PE필름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한국프리팩은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이 관리하는 반월시화국가산단 입주기업이자 ‘KICOX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다. 연구개발(R&D) 투자율이 매출의 1%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 등을 인정받은 결과다.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사업은 한국산업단지공단 관할 입주기업 중 각 산업단지의 대표 우수기업을 발굴, 선정해 입주기업의 자긍심을 높이고, 세계 수준의 기술혁신형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고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인체에 무해한 식품 포장재로 활용

한국프리팩이 생산하는 PE필름은 주로 식품 포장재에 쓰인다. 먹거리 포장재는 통상 외층, 중층, 내층 등 3개 층으로 구성된다. 외층은 인쇄를 위해 PET 등이, 중층은 내용물 보호를 위해 나이론, 알루미늄 포일 등이 주로 활용된다. 알루미늄 포일은 외층으로부터 투과되는 산소와 내용물(식품)이 접촉하는 것을 차단해 음식물 등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프리팩의 PE필름은 내층에 접착층으로 쓰인다. 스낵 포장재 안쪽을 보면 은빛의 알루미늄 포일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중층을 덮고 있는 투명한 PE필름이 내층이다. 한국프리팩의 PE필름은 3층 구조며, PE필름은 마이크론(mic) 단위로 측정하는데, 한 겹의 두께는 10~200mic 정도로 얇다. 1mic은 1000분의 1㎜에 불과하다.내층은 음식물과 맞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한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카드뮴(Cd) 수은(Hg) 납(Pb) 등 인체에 해로운 6대 중금속이 포함되지 않아야 하며 이물질 관리가 중요하다. 한국프리팩 필름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인체에 무해한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아울러 검사, 검증, 테스트 및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기업인 스위스 SGS의 기준도 충족하고 있다.

반월공단에 있는 한국프리팩 공장에는 오염 방지를 위해 총 100t의 PE 원료를 저장할 수 있는 네 대의 거대한 사일로(저장탱크)가 있다. 롯데, 한화, SK와 엑슨모빌 등의 석유화학 회사들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다. 쌀알처럼 생긴 PE 원료는 파이프라인을 따라 공장으로 옮겨진다. 이후 열을 가열해 녹은 원료는 필름 제조 장비를 통해 폭이 넓은 비닐 형태의 PE 필름으로 만들어진다.

사업 다각화도 나서
한국프리팩은 1976년 설립된 회사다. 프리팩(prepac)이라는 이름은 포장이란 의미와 국내 최초 외산 기계인 프랑스 기계 업체의 영향을 받아 결정했다. 공장에는 아직도 당시의 기계를 보관하고 있다.

현재 한국프리팩에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의 기계가 있고,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독일산 필름 제조기(필름 압출기)가 있다. 전 세계에 4~5대에 불과한 장비로서 여기서 만들어지는 필름의 최대 폭은 6m에 이른다. 최병향 한국프리팩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폭이 넓은 PE필름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용도와 크기의 제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국프리팩의 제품이 들어가는 주요 포장재는 △동서식품의 커피 믹스, 율촌의 생생우동, 육포 포장재, 삼아알미늄의 진공단열재 △오뚜기식품의 카레, 케첩, 마요네즈 △CJ제일제당의 설탕, 밀가루, 부침가루, 쇠고기 다시다 △대상식품의 감치미, 미원, 맛소금 등이다. 식품 포장재 외에 다양한 생필품 포장재에도 쓰이는데 LG생활건강의 샤프란 섬유린스, 자연퐁 주방세제, 피죤의 섬유유연제, 유한킴벌리 물티슈 등이다. 산업용 전자제품 포장재에도 한국프리팩 제품이 쓰이고 있다. 일부 수출용 필름도 제작한다.

올해 한국프리팩의 필름 생산 목표는 최소 1만5000t이며, 매출로는 320억원 규모다. 최 대표는 “하루 물동량이 많을 때는 100t씩 들어오고 나간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지만 생산품이 주로 생필품 위주로 편성돼 있어 다른 업종 중소기업과 달리 코로나19 사태 충격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공단 측도 방역기와 방역약품 등을 제공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애쓰고 있다.

최근 한국프리팩 관계사인 S&S필텍은 정수기 필터 분야에서 부동의 업종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외국 기술과 특허를 활용, 폴리프로필렌을 가공해 지난해 기준 100억원 이상의 필터를 생산했다. 국내 주요 정수기 업체와 산업체에 공급하는 한편 수출도 병행하고 있다.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S&S농산이라는 법인도 설립해 농산물 가공, 유통사업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반월=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