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보험금'…기업들, 환경책임보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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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입률 97%에 달하지만2016년 도입된 환경책임보험의 보험금 지급 건수가 청구 건수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이 보험 도입 이후 3년간 2159억원의 보험료를 냈지만 보험금으로 받은 금액은 이의 3%인 65억원에 불과했다. 화학물질 유출 등 환경 사고 발생 때 기업들의 피해자 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기업들은 “도입 취지와 달리 환경책임보험이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보험금 지급률은 3%에 불과
민영 보험사에 맡겨 거부율 높아
정부, 뒤늦게 공공성 보완 나섰지만
인력 부족에 실효성 의문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제1기 환경책임보험 보험사업을 결산한 결과, 기업들은 이 기간에 64건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이 중 12건만 지급이 완료됐다. 나머지 52건은 지급이 거부됐거나 지급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결과적으로 기업들은 1기 사업 기간 중 2159억원의 보험료를 납부했지만 지금까지 총 65억원의 보험금만 받아냈다. 보험료 대비 보험금 수령 비중이 3%에 불과하다.
환경책임보험은 경북 구미 불산 사고를 계기로 2016년부터 대기, 폐수, 폐기물, 화학, 토양, 해양 등 6종 시설에 대해 기업들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제도다. 화학물질 유출 등 환경사고 발생 시 기업들의 피해자 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 미가입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6개월 이하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작년 말 기준 의무 가입 대상 기업 1만4111곳 중 1만3715곳이 가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입률은 97.2% 수준이지만 신규 설립, 업종 전환, 사업장 정리 등이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했을 때 사실상 대부분이 가입을 마쳤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기업들은 “환경책임보험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환경책임보험을 환경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보험사가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가면서 보상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며 “기업들 사이에서 위기 때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제도라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이름은 보험이지만 또 다른 형태의 세금으로 환경책임보험을 보는 시각도 많다”고 했다.
환경책임보험은 보험사들이 공동 참여하는 단일 상품으로 기업으로선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 보험사 간 경쟁도 없다. DB손해보험, NH농협생명, AIG 등이 참여율에 따라 보험료를 나눠 갖고 보상금도 나눠서 지급한다. 참여율이 가장 높은 DB손해보험이 대표사업자를 맡아 가입 창구 역할을 한다.
초기 3년간의 1기 사업에 이어 작년 7월부터 2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참여 보험사는 3곳에서 5곳으로 늘었다. 보험사들은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기업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감독을 강화하겠다며 작년 8월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을 비영리법인 형태로 출범시켰다. 사업단 운영비는 모두 참여 보험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업계는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환경부는 추후 손해사정, 위험평가 등을 사업단과 민간 보험사가 함께 하도록 해 공공성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사업단 인력은 단장을 빼면 4명에 불과하다. 임기 3년에 연봉 1억원 이상인 초대 단장 자리에 환경부 퇴직 관료가 낙점되면서 ‘제 식구 챙기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모를 거쳐 선발했으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도 거쳤다”고 해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