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남뉴타운 '속도'…5구역 변전소 이전 합의

3구역 시공사 선정 '풍선효과'

'최고 입지' 5구역 걸림돌 해소
조합서 이전 비용 부담키로
유일한 평지·한강 폭 넓어

4구역 계획변경안 인가 대기
2구역도 건축심의안 접수
3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완료하는 등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변전소 이전 문제가 해결된 한남 5구역 조감도. 한경DB
서울 강북의 노른자위 땅인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전방위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대장 단지인 한남3구역이 최근 우여곡절 끝에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한 데 이어 ‘최고 입지’로 꼽히는 5구역도 사업의 걸림돌인 변전소 이전문제를 해결했다. 재개발에 대한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가운데 각종 호재가 잇따르면서 매물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고 입지 5구역, 큰 고비 넘겨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한남5구역 재개발 조합에 변전소 이전과 관련한 조건부 합의 의사를 전달했다. 변전소 부지를 당초 5500㎡에서 3100㎡로 축소하는 대신 변전소 이전 설치와 송전선로 지중화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는 내용이다. 양측이 큰 틀에서 변전소 이전에 합의하면서 1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한남5구역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서울시는 한남5구역 재정비촉진계획변경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한전의 이전 동의서를 요구해 왔다.

한남5구역은 용산구 동빙고동 60의 1 일대 18만6781㎡ 규모로 재개발을 통해 총 2634가구(임대주택 397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2009년 재정비촉진계획안을 마련하는 등 한남뉴타운 내에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변전소 지중화 문제에 조합 내부 갈등으로 인한 소송전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늦어졌다. 조합 관계자는 “변전소 부지 면적이 기존 안보다 2400㎡가량 감소하면서 부지를 활용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촉진계획변경과 건축심의 등 남은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은 뒤쪽엔 남산, 앞쪽엔 한강이 있어 강북에서 최고 입지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5구역은 지역 내 부촌단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한남뉴타운 내 유일한 평지인 데다 한강을 가장 넓게 접하고 있다. 지분 쪼개기가 성행한 2구역 및 3구역과 달리 면적 대비 조합원 수가 적어 대형 위주 평형 구성이 가능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한남5구역은 한강을 남향으로 조망할 수 있고, 용산민족공원 접근성도 뛰어나다”며 “인근 나인원한남 등과 함께 강북 최고의 아파트 부촌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남5구역 조합이 2017년 제출한 촉진계획변경안에 따르면 단지는 5개 블록으로 나뉘어 테라스하우스, 수변 경관형, 랜드마크 타워 등으로 특색 있게 개발된다. 당초 구역 내 50층 높이 랜드마크 건립을 추진했지만 22층으로 낮춰 지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한남뉴타운 전 지역에 대해 ‘남산 소월길 해발고도 90m 이하’ 원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재개발 속도 내는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은 구역 내 처음으로 지난 21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단지 규모만 5816가구에 달해 대장단지라는 평가다.

지지부진했던 한남2·4구역 역시 3구역 시공사 선정과 맞물려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남2구역 조합은 최근 용산구에 건축심의안을 제출했다. 건축심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절차다. 이 지역엔 향후 재개발을 통해 1537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태원역과 가깝고 용산공원 접근성도 좋은 곳으로 꼽힌다.한남4구역은 2018년 11월 재정비촉진계획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해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논란이 됐던 신동아아파트를 철거하는 쪽으로 결정이 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남5구역과 마찬가지로 지분 쪼개기가 적어 사업성이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역들이 각기 속도를 내면서 일대 부동산 분위기도 뜨거워졌다. 보광동 H공인 대표는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직후 나와 있던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최근엔 대지지분이 17~20㎡ 남짓인 물건도 1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2·4·5구역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남3구역을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현대건설은 물론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