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치고받는 경실련과 국토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국토교통부의 아파트값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비판-반박-재비판’으로 연일 공방을 이어간 것부터가 흥미롭다. 지난해 12월 ‘정부발 땅값 통계 왜곡’ 논란에 이어 두 기관 사이에 자존심 차원을 넘어서는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도 정부기관도 ‘신뢰성’이 존재의 관건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모양새는 경실련이 공격자, 국토부는 방어자다. 지난 23일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52% 올랐다”는 경실련 발표가 발단이었다. 친절하게도 이명박 정부 때는 3% 내렸고, 박근혜 정부 때는 29% 올랐다는 통계까지 함께 제시됐다. 국토부가 불에 덴 듯한 반응을 할 만했다. 대통령이 올초 기자회견에서 “집값을 원상회복하겠다”고 강하게 말한 지 반년도 안 됐는데 ‘우군(友軍)’인 줄 알았던 데서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이다. 하루 만에 국토부가 “서울 아파트값은 14.2% 올랐다”고 반박한 배경이다.경실련은 어제 재차 성명을 내고 국토부를 향해 “가짜뉴스 만들지 말라”고 몰아세웠다. “14.2%라는 근거를 대라. 그게 사실이라면 대책은 왜 21차례나 남발했나”라는 대목에서는 국토부도 꽤나 뜨끔했을 것이다.

집값에 대한 주장이 이렇게 엇갈리는 것은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KB주택가격동향’을 근거로 삼았다. 1970년대부터 작성·활용돼온 대표적 집값 통계다. 실제 매매된 아파트의 중위(중앙)가격이 기준이다. 반면 국토부는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반박 근거로 삼았다. 주택법에 따른 이 조사는 전국 2만7500채 주택을 표본으로 해 보정을 거친다.

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 통계는 아파트시장의 양대 지표다. 하지만 둘 다 완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NGO와 정부기관이 감정 섞인 공방을 벌이는 데는 정확한 주택통계가 없는 것도 요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국주택건설협회의 ‘NAHB 주택시장지수’와 ‘케이스-실러지수’가 함께 활용된다. 전자는 900여 개 건설업체가 주 조사 대상이고, 후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모델 개발자 이름을 딴 것으로 S&P가 발표한다.기왕 논란이 빚어졌으니 누가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계나 주택업계가 실상을 가려주면 좋겠지만, 한국 현실에서 가능할지…. 차제에 객관·투명·신속한 한국형 주택지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