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시' 대구, 1950년을 소환하다

6·25전쟁 통에도 바흐의 선율과 시를 노래하던 곳…

대구문학관서 10월 3일까지
향촌동의 기억 담은 전시회

골목길서 시인들 작품 소개
당시 음악감상실 등도 재현
대구문학관에서 개막한 ‘피란문단, 향촌동 꽃피우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피란 작가들의 얼굴과 글을 보고 있다. /오경묵 기자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관계자와 종군기자들은 대구 향촌동의 ‘르네상스’ 등 음악감상실을 방문해 “전쟁 통에도 바흐의 선율이 흐른다”고 놀라워했다.

대구문학관(관장 이하석 시인)은 6·25전쟁 70주년 특별전인 ‘피란문단 향촌동 꽃피우다’ 전시를 열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의 음악잡지 에튀드(Etude) 1953년 10월호를 공개했다. 해당 잡지에 실린 ‘코리아 콘체르토’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는 음악감상실 르네상스를 ‘음악의 성지’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대구문학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10월 3일까지 열린다.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향촌동의 골목길을 배경으로 김동리, 마해송,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 유치환 등 대구로 피란온 작가들의 모습과 글을 그림과 영상으로 전시했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대구 도심이자 부촌이었던 향촌동에는 종군작가단, 문총구국대 소속 문인, 지역 문인 등이 다방과 극장을 중심으로 모이며 임시 한국 문단이 형성됐다.

이하석 대구문학관장은 “문인들은 가난과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종군작가로 활동하고 다방과 음악감상실을 거점으로 소통하며 문학을 나눴다”며 “극장에서 문인극을 선보이며 문학서적을 의욕적으로 발간하는 등 당시 대구는 한국 문단의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2부는 당시 향촌동의 다방과 음악감상실을 재현하고 극장에서 연출된 문인극에 대한 소개와 전시를 담았다. 이효상은 1951년 모나미다방에서 시집 《바다》를, 박두진은 1953년 상록수다방에서 시집 《오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살으리다방에서는 소설가 최인욱의 첫 단편집 《저류》가, 1956년 꽃자리다방에서는 구상의 시집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1951년 문화극장에서 공연한 셰익스피어의 ‘햄릿’ 공연에는 800석의 객석에 3000여 명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문화극장은 1953년 서울 중앙극장을 대신해 국립중앙극장으로 지정돼 4년간 운영됐다.

6·25전쟁은 대구에서 출판문화가 융성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출간된 정훈매체 등 군의 출판물과 피란 문인들 작품은 3부에서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구상의 《초토의 시》, 최태웅의 《전후파》를 포함한 11권의 대구문학관 소장 자료와 당시 미국에 음악감상실 르네상스를 소개한 음악잡지 에튀드, 신동집의 《서정의 유형》을 포함한 작품 이미지 10건, 사진과 영상자료 11건이 전시된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