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원과 노동력…미얀마와 장기 협력관계를

시장경제 길라잡이

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12) 미얀마
미얀마의 명문 국립대인 양곤외국어대학교
미얀마를 ‘아시아의 마지막 황금의 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세안 국가 중 경제 개방이 가장 늦었고, 양곤 시내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금빛의 불교 유적지 쉐다곤(Shwedagon) 파고다 때문일 것이다. 짧은 경제 개방의 역사로 미얀마에는 아직 많은 경제 발전의 장애물이 존재한다. 낮은 노동생산성, 사회주의 경제체제 아래의 여러 제도적 관성, 비효율적인 관료제 등 여러 단점은 다음 기회에 분석해 보기로 하고 우선 미얀마가 가진 자원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서 보겠다.

② 한국 모델 참고해 경제발전 모색하는 미얀마천연가스·석유·전략 광물 풍부해

미얀마가 2012년 이후 연평균 7~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2018년과 2019년에도 6% 중반대의 경제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두 가지 풍부한 자원이 있다. 하나는 지하자원이고, 또 하나는 젊은 노동 자원이다. 미얀마는 한마디로 천연자원의 보고(寶庫)다. 천연가스는 미얀마 정부의 주요 수입원으로 국가 수입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생산된 천연가스는 주로 인접국인 태국과 중국으로 수출한다. 천연가스 분야의 외국인 투자자로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 홍콩, 태국이 있다. 대한민국 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도 두 개의 광구에서 2014년부터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생산량은 아직 적지만 원유 매장량이 세계 5위라고 한다. 천연가스와 석유 외에도 미얀마는 전 세계 티크목(고급 원목)의 75%를 생산하고 있고, 루비와 사파이어의 세계적인 원산지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6대 전략 광물 유연탄, 우라늄, 구리, 철, 니켈, 아연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젊은 노동력과 낮은 최저임금미얀마는 아직 임금 자체가 저렴한 데다 젊은 인구 비중이 매우 높다. 5400만 명의 적지 않은 인구 중에서 약 3800만 명이 노동인구다. 미얀마의 월 최저임금은 2018년 기준으로 107달러로 인근 베트남(176달러), 캄보디아(170달러), 필리핀(178달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인접국인 태국(313달러)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이다. 아직은 국내 임금의 절대적 수준이 낮아 많은 미얀마의 인력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잡기도 한다. 제일 많이 나가는 국가는 인접국인 태국이고 한국이 세 번째 인력 수출국이다.

사실 선진국의 노동 자원과 비교하면 아직 아세안 국가들의 노동생산성은 매우 낮다. 제조업이 꽤 발달한 베트남의 노동생산성도 한국과 일본의 10분의 1, 싱가포르의 15분의 1 수준이다. 미얀마의 노동생산성은 베트남보다도 더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고무적인 사실은 미얀마의 노동생산성 증가 추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 노동생산성은 올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미얀마의 경우 2012년을 본격적인 개방과 시장경제 체제 전환의 원년으로 본다면, 개방 이행 기간이 아직 10년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1인당 자본 비율이 높아지고, 신기술 장비 도입과 함께 교육이 이를 뒷받침해준다면 노동생산성은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이다.
양곤외국어대학교 교수진과 개최한 토픽(TOPIK) 확대 관련 간담회
현재진행형인 한류동남아 국가에서 유행하는 한류는 미얀마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미얀마의 주요 지상파 방송인 TV미얀마(MRTV)와 미야와디TV는 모두 황금시간대에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우호성으로 인해 양곤 시내에 한국 식당이 늘어났고, 이런 분위기가 기업 간 비즈니스에서도 서로의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미얀마의 개방과 시장경제 개혁을 주도하는 군부는 단기간에 경제발전에 성공한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에 매우 관심이 높다. 실제로 5차에 걸친 4개년 경제개발 계획도 미얀마 경제팀이 한국 경제발전 초기의 정부 주도 경제발전 모델을 연구한 결과로 수립됐다고 한다.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시내 중심부로 들어오는 길에는 양곤대학과 양곤외국어대학이라는 두 명문 국립대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외국어를 전담하는 양곤외국어대학에는 한국어 전공 학과가 개설돼 있다. 17명의 현지 교수가 근무하고, 학부에서만 무려 415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필자는 2019년 9월 양곤의 한 호텔에서 양곤외국어대학 교수들과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 시행과 관련해 간담회를 할 기회가 있었다. 토픽 응시자 수는 개방 원년인 2012년 429명에서 7년 후인 2019년 4176명으로 10배 증가했다고 한다.

개방 전부터 많은 한국 기업이 미얀마에 진출해 미얀마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었고, 경제발전 모델을 공유하고 있으며, 미얀마에서도 매년 수천 명의 근로자를 한국에 보내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과 미얀마는 서로의 긍정적인 이미지 기반 위에서 많은 인적·물적 교류를 진행 중이다. 매년 4000명 이상의 미얀마 사람이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고,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은 앞으로 한국에 유학오거나, 미얀마의 한국 기업에 취업할 것이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자원을 가졌으며, 대한민국에 우호적인 미얀마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해관계로 서로 발전하는 관계가 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NIE 포인트

①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에 정치가 부패하고 경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경제성장이 둔해지는 현상인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로 그동안 미얀마의 경제발전이 더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②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이라는 한국 경제성장 초기의 모델을 배우고 따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③ 세계를 휩쓰는 K팝 등 ‘한류 열풍’으로 형성된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해당 국가와 경제협력 강화로 연결하는 방안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