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온라인에서 살아난 '퀴어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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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열리지 못한 성소수자 축제 ‘퀴어퍼레이드’가 온라인에서 열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축제 문화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지난 23일부터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매년 6월 열리던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연기된 탓이다. 닷페이스 측은 “프라이드의 달인 6월을 퀴퍼 없이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에 ‘온라인퀴퍼’를 준비했다”며 “퀴어하고 멋진 캐릭터로 우리를 드러내고, 온라인 거리로 나가 행진을 해보자”고 밝혔다.참여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지정된 모바일 웹사이트에서 별명과 기분, 입고 싶은 옷, 탈 것 등을 결정해 자신만의 아바타를 꾸민다. 이후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우리는없던길도만들지’ ‘온라인퀴퍼’ 등 해시태그(#)와 함께 그래픽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직장인 신모씨(28)는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휠체어 같은 아이템으로 아바타를 꾸밀 수도 있어 사회적 약자도 고려한 것 같아 인상적이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이 올린 이미지들이 연결되면 실제 퀴어퍼레이드와 같은 행진 행렬이 연출된다.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2만8000여개(26일 기준)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지금까지 이메일 데이터 상 7만7000여명(26일 오후 2시 기준)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연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온라인퀴퍼’에 참여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참여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이 정체성이나 사회적 신분, 개인이 놓이게 된 상황이나 상태의 취약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온라인퀴퍼’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이에 반대하는 ‘맞불’도 나타나고 있다. 퀴어퍼레이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같은 해시태그를 걸고 ‘퀴퍼 불매’등의 글을 올리는 것이다. 이에 닷페이스 측은 “온라인 퀴어퍼레이드는 차별과 혐오가 아닌 연대와 지지를 위해 기획됐다”며 “혐오 표현 게시물에 닷페이스가 기획한 행사의 해시태그를 다는 것은 닷페이스와 이 행사에 함께한 분들이 들인 노고와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라며 대응하고 있다.
이번 ‘온라인퀴퍼’는 나이키의 줄서기 캠페인에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는 게 닷페이스 측 설명이다. 나이키는 최근 한정판 에어맥스 운동화를 구매할 기회를 주는 ‘에어맥스 줄서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마트폰에 줄서기 전용 앱을 설치한 후 캐릭터 추첨권을 만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면 캐릭터가 대신 줄을 서는 방식이다. 올해 1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