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다닥다닥 도심 집회…감염 '시한폭탄'

발열 체크·명부 작성 뒷전
27일 여의도서 민주노총 시위
전문가 "밀집해서 외치면 위험"
< 비가 와도 딱 붙어 앉아 집회 > 비가 내린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최저임금 인상, 재벌개혁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최다은 기자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역 8번 출구 인근.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초대로74길을 가득 메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연 ‘최저임금 인상, 재벌개혁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발열 체크를 하고 참석자 명부를 작성하는 부스가 있었지만 그곳을 들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주최 측 신고 인원은 1000여 명이었고, 현장 투입 경찰은 800여 명이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서울 시내 대규모 집회는 오히려 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50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집회 건수는 지난 4월 113건에서 5월에는 158건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26일까지 197건의 대규모 집회가 열려 4월 대비 74% 증가했다.

2월 말 서울시와 경찰이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역광장 등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면서 강남 일대로 시위대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초구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광화문과 함께 대표적인 시위 명소가 됐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가르는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매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과 현대 등 주요 대기업 본사가 모인 강남역 일대에서도 노조의 피해 보상 시위 및 총선 불복 시위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모여서 구호를 외치면 밀폐된 곳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위험하다”며 “국가전염병재난 단계가 ‘심각’ 상태이기 때문에 시위 현장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7일과 28일에도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27일 오후에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탄핵 반발단체가 각각 여의도와 서초동 차도에서 행진할 예정이다. 28일 오후에는 택배연대노조가 시청 입구 교차로부터 을지로입구역까지 5개 차로에서 집회를 한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4일 을지로 및 종로 일대에서 10만 명 규모의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