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 투자 패러다임 바뀐다…비대면 기술·ESG 비중 높일 것"

연기금·국부펀드 세션

초저금리 고착화에 수익성 타격
감염병 대응분야 투자 영역 부상
“위기 국면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기회 요인을 선제적으로 포착해 투자하는 능동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26일 ‘2020 세계경제연구원-하나은행 국제 콘퍼런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돈을 풀어 제로(0) 내지 마이너스 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연기금이 초과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안 본부장은 “채권 분야에선 매입 대상 국채를 확대하고 모기지담보부증권(MBS) 같은 구조화 채권과 회사채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비대면 등 신기술 및 신산업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에선 헤니 샌더 파이낸셜타임스(FT) 국제금융담당 수석칼럼니스트 사회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연기금 및 국부펀드의 과제와 비전’을 주제로 한 세션도 마련됐다. 이 세션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미국 MIT 석좌교수, 안 본부장,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김수이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가 연기금·국부펀드 등 기관투자가의 투자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머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시대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 자산과 전략을 적극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과거와 달리 위기 해소를 위한 국제 공조보다 자국 우선주의가 대두하면서 글로벌 투자에도 전에 없던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최 사장은 “이전까진 ESG 중 환경 측면이 중시됐다면 코로나19 위기 이후로는 실업 증가와 양극화 심화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의료 시스템 구축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부문도 주된 투자 영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 극복 과정에서 연기금 및 국부펀드가 지나치게 ‘정치 수단화’ 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 대표는 “각국 정부는 연기금이나 국부펀드가 정부의 재정 전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수익을 위한 투자를 자유롭게 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