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차는 김정은, '샤넬백' 드는 리설주…北의 명품 사랑 [김정은의 명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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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남성과 남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뤄 인기를 끌었다. 탈북자들이 소셜네트워크(SNS)에서 ‘고증을 비교적 잘 한 드라마’라고 할 만큼 북한 주민들의 최근 모습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이 드라마엔 북한의 백화점이 등장한다. 극중 리정혁 중대장(현빈 분)의 약혼자인 서단(서지혜 분)의 모친 고명은(장혜진 분) 여사는 평양제일백화점 사장이다. “위대한 수령 동지께서 현지 지도하신 백화점”이라는 대사도 나왔다. 백화점에선 스위스 명품 시계와 프랑스 명품 핸드백, 미국의 운동복, 일본의 가전제품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판다. 우리가 아는 백화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국경 봉쇄 등 초반 강력 대응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최근 백화점 등 상업시설의 영업을 재개하며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롤렉스·샤넬·디올 파는 평양 백화점
북한 사람들도 고가의 명품 제품을 살까. 구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엔 이런 질문이 주기적으로 올라올 만큼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지난해 8월 평양에 개장한 대성백화점은 롤렉스, 오메가, 티쏘 등 시계 브랜드를 비롯해 샤넬과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비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하엔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고 4층과 5층엔 식당과 오락시설을 갖췄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을 비롯해 필립스 TV, 지멘스 드럼세탁기 같은 전자제품도 판매한다.
북한엔 시·도 별로 백화점이 있는데 해당 시·도의 상업관리국이 운영한다. 일단 평양에만 대성백화점을 비롯해 평양제1백화점, 제2백화점, 락원백화점, 보통강백화점, 평양역전백화점, 평양아동백화점, 동평양백화점 등 10여곳이 있다.
사실 말이 백화점이지 우리의 대형마트에 더 가깝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식품을 비롯해 의류와 생필품, 화장품 등을 주로 판매한다. 백화점에서 파는 제품 대부분은 국영기업이 제조하며 일부는 중국과 합작(합영)해 생산한다. 일부 고급백화점은 해외 브랜드와 명품도 취급한다. 북한 최대의 국영백화점은 단연 평양제1백화점이다. 2011년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해 현지지도를 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등장한 평양제일백화점이 이 곳을 모티브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노동당의 외화 획득기관인 노동당 39호실에서 운영하는 락원백화점은 샤넬, 디올, 랑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대거 확보했다.
고급 백화점의 타깃 소비자는 고위 관료와 부유층, 외국인이다. 이들은 벤츠 등 고급 수입차를 타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쇼핑하며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신다. 아파트 투기 열풍이 불어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은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넘었다. 몇 년 전부터 평양을 중심으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쇼핑몰도 속속 들어섰다. 급증하는 명품 수요…중고 거래 활발지난해 북한의 스위스 시계 수입액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는 “북한이 지난해 수입한 스위스 시계 가치는 2만3500달러로 시계 106개와 부품이 포함된 것”이라며 “지난해 스위스가 북한에 수출한 시계는 유엔 대북제재가 규정한 사치품 가격한도인 1000프랑 이하”라고 밝혔다. 이는 공식적인 수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3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스위스 시계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스위스 시계 마니아다. 청소년기를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보낸 김 위원장은 스위스 시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롤렉스 등을 고위 관료들의 선물용으로 종종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억원이 넘는 파텍필립을 비롯해 IWC 등을 즐겨 착용한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도 해외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고 중국의 온라인매체 징데일리가 보도했다. 리 여사가 애용하는 시계는 스위스 브랜드 모바도다. 모바도는 시계 역사상 최초로 미국 뉴욕 예술 박물관에 소장될 만큼 고급 시계로 리 여사는 김 위원장과 커플 시계로 착용한 적도 있다. 샤넬과 디올, 프라다, 구찌 등의 핸드백 및 클러치를 즐겨 들며 액세서리는 티파니를 애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북한의 명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엔 명품 소비가 일부 상류층에 국한됐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 돈주(錢主·신흥자본가)와 일반인 등으로 차츰 확대되는 추세다. 돈을 아끼고 모아서 수입산 고급 제품을 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의 옷과 화장도 점점 다양해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치품을 대북제재 품목으로 규정했지만 가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다양한 수입 루트를 통해 북한에 들어오는 해외 명품은 꽤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지방에선 암암리에 중고 명품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호주 라트로브대학교의 마커스 벨 연구원은 “북한 사회에서 고가 명품이 늘어난다는 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탄압에 구멍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고가품 선호는 앞으로 더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이 드라마엔 북한의 백화점이 등장한다. 극중 리정혁 중대장(현빈 분)의 약혼자인 서단(서지혜 분)의 모친 고명은(장혜진 분) 여사는 평양제일백화점 사장이다. “위대한 수령 동지께서 현지 지도하신 백화점”이라는 대사도 나왔다. 백화점에선 스위스 명품 시계와 프랑스 명품 핸드백, 미국의 운동복, 일본의 가전제품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판다. 우리가 아는 백화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국경 봉쇄 등 초반 강력 대응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최근 백화점 등 상업시설의 영업을 재개하며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롤렉스·샤넬·디올 파는 평양 백화점
북한 사람들도 고가의 명품 제품을 살까. 구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엔 이런 질문이 주기적으로 올라올 만큼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지난해 8월 평양에 개장한 대성백화점은 롤렉스, 오메가, 티쏘 등 시계 브랜드를 비롯해 샤넬과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비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하엔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고 4층과 5층엔 식당과 오락시설을 갖췄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을 비롯해 필립스 TV, 지멘스 드럼세탁기 같은 전자제품도 판매한다.
북한엔 시·도 별로 백화점이 있는데 해당 시·도의 상업관리국이 운영한다. 일단 평양에만 대성백화점을 비롯해 평양제1백화점, 제2백화점, 락원백화점, 보통강백화점, 평양역전백화점, 평양아동백화점, 동평양백화점 등 10여곳이 있다.
사실 말이 백화점이지 우리의 대형마트에 더 가깝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식품을 비롯해 의류와 생필품, 화장품 등을 주로 판매한다. 백화점에서 파는 제품 대부분은 국영기업이 제조하며 일부는 중국과 합작(합영)해 생산한다. 일부 고급백화점은 해외 브랜드와 명품도 취급한다. 북한 최대의 국영백화점은 단연 평양제1백화점이다. 2011년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해 현지지도를 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등장한 평양제일백화점이 이 곳을 모티브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노동당의 외화 획득기관인 노동당 39호실에서 운영하는 락원백화점은 샤넬, 디올, 랑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대거 확보했다.
고급 백화점의 타깃 소비자는 고위 관료와 부유층, 외국인이다. 이들은 벤츠 등 고급 수입차를 타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쇼핑하며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신다. 아파트 투기 열풍이 불어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은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넘었다. 몇 년 전부터 평양을 중심으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쇼핑몰도 속속 들어섰다. 급증하는 명품 수요…중고 거래 활발지난해 북한의 스위스 시계 수입액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는 “북한이 지난해 수입한 스위스 시계 가치는 2만3500달러로 시계 106개와 부품이 포함된 것”이라며 “지난해 스위스가 북한에 수출한 시계는 유엔 대북제재가 규정한 사치품 가격한도인 1000프랑 이하”라고 밝혔다. 이는 공식적인 수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3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스위스 시계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스위스 시계 마니아다. 청소년기를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보낸 김 위원장은 스위스 시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롤렉스 등을 고위 관료들의 선물용으로 종종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억원이 넘는 파텍필립을 비롯해 IWC 등을 즐겨 착용한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도 해외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고 중국의 온라인매체 징데일리가 보도했다. 리 여사가 애용하는 시계는 스위스 브랜드 모바도다. 모바도는 시계 역사상 최초로 미국 뉴욕 예술 박물관에 소장될 만큼 고급 시계로 리 여사는 김 위원장과 커플 시계로 착용한 적도 있다. 샤넬과 디올, 프라다, 구찌 등의 핸드백 및 클러치를 즐겨 들며 액세서리는 티파니를 애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북한의 명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엔 명품 소비가 일부 상류층에 국한됐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 돈주(錢主·신흥자본가)와 일반인 등으로 차츰 확대되는 추세다. 돈을 아끼고 모아서 수입산 고급 제품을 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의 옷과 화장도 점점 다양해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치품을 대북제재 품목으로 규정했지만 가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다양한 수입 루트를 통해 북한에 들어오는 해외 명품은 꽤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지방에선 암암리에 중고 명품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호주 라트로브대학교의 마커스 벨 연구원은 “북한 사회에서 고가 명품이 늘어난다는 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탄압에 구멍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고가품 선호는 앞으로 더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