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관련 미 비자 제한에 "내정간섭 말라" 반발(종합2보)

"잘못된 조치 반대…홍콩 사무는 순수히 중국 내정" 반박
외교부 대신 주미대사관 앞세워…전문가 "중국 즉각 조치 없을 것"
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겨냥해 홍콩 자치권 훼손과 인권 및 자유 침해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들 비자를 제한한다고 밝히자 중국이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27일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조치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순수히 중국 내정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홍콩 사무에 대한 외부 세력의 어떠한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홍콩보안법 제정은 중국 중앙정부의 권리이자 책임이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콩보안법은 국가안보에 엄중한 위협을 주는 극소수의 행위와 활동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 법은 홍콩의 법률체계 완비, 사회질서 안정,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수호, 홍콩 사회의 안정과 번영 등에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홍콩 통치 법률은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근거하는 것이지 '중국과 영국의 공동선언'이 아니다"며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영국의 모든 권리와 의무는 완료됐다"고 역설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또 미국을 향해 "'중·영 공동선언'을 근거로 홍콩 사무에 개입할 어떠한 자격도 법률적 근거도 없다"면서 "미국이 조속히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고, 관련 결정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중국은 앞으로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홍콩 업무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무소는 "미국이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특별행정구의 자치권을 파괴한다고 모함을 하는 것은 완전히 흑백이 전도된 것"이라며 "누구도 중국 정부보다 전면적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실천하려고 하지도, 중국 정부보다 홍콩의 번영과 안정에 관심을 두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1984년 중·영 공동선언에 보장된 홍콩의 고도의 자치권을 훼손하거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데 책임이 있거나 연루됐다고 여겨지는 전·현직 중국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비자 제한을 발표한다. 이들의 가족 구성원도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제재 대상인지, 얼마나 포함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외교부 본부가 즉각 나서는 대신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과 홍콩 사무소를 내세워 우선 항의 성명을 내게 한 것을 두고 중국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휴일에도 기자와의 문답, 논평, 성명 등 형식으로 긴급하게 입장을 피력하는 일이 자주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미중 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미국의 비자 제재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더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중국이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추이레이(崔磊)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미중 고위급 교류가 이미 정체된 상황에서 미국의 비자 제한 조처 여파가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이 연구원은 "지금은 (중국 관리들이) 미국에 갈 필요가 적고, 외교관들은 외교 여권을 가져 미국의 제재 명단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측이 대응 조처에 나선다고 해도 그리 많은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 상원이 최근 통과시킨 '홍콩자치법'에 따라 향후 홍콩 자치권 억압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된 중국 관리와 홍콩 경찰 등과 거래한 은행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가해지는 상황을 더욱 우려한다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