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오취리·샘 해밍턴 "주말 웬 워크숍? 韓직장상사 반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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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시트콤 '샘송전자' 출연 중인 '두 샘' 인터뷰
"오전 9시까지 출근하면 되죠?"
"1시간만 일찍 와" "그럼 일찍 퇴근해도 돼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호주 출신의 샘 해밍턴(44) 씨와 가나 출신의 샘 오취리(31) 씨는 최근 오피스 시트콤에 도전했다.
유튜브 채널 '샘송전자'에서 해밍턴 씨는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직장 경력 20여년차 부장으로, 오취리 씨는 '언젠가는 그만둔다'라는 말을 수시로 하는 5년차 대리 오철희로 나온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한국 회사 문화를 풍자해 공감대를 얻으며 방송을 시작한 지 한달여만에 총조회수가 100만건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들은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회사 문화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공감대를 얻는 시트콤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외국인이라고 외국인 역만 맡으라는 법 있나요 "만약에 제가 드라마에 캐스팅됐다고 가정한다면요. 분명 역할은 주인공의 외국인 친구나 영어교사, 이태원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일 거예요.
더 다양한 배역도 맡고 싶은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
오취리 씨는 유튜브가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출연 제안이 오길 기다리기만 했던 방송과는 달리 유튜브에서는 프로그램 기획, 대본, 연기까지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튜브 시작은 2017년 했는데 당시에는 '두 샘이 안내하는 한국 관광 명소'라는 콘셉트였는데 유사한 채널도 많았고 차별성도 없었다"며 "외국인을 불러 삼겹살을 먹이거나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 식상하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국 살이 20년이 넘은 해밍턴 씨나 10년을 바라보는 오취리 씨 모두 잠깐이나마 일한 경험을 했던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해밍턴 씨는 2003년께 국내에 있는 영국계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여전히 생생하다.
"다들 전날 술 많이 마셔서 아침에 쓰린 속 부여잡고 다들 괴로워하면서 오전을 보내다가 부장님이 '밥을 먹으러 가자' 하니까 우르르 나가는 모습도 특이했고요.
오후 일을 시작해 야근하다 또 다시 함께 나가서 술 한잔씩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
오취리 씨는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나에도 비슷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있어요.
저 어릴 때 어머니가 가나 NGO(비정부기구)에서 근무해서 종종 놀러 갔는데 당시에 마주했던 풍경이 조금씩 기억나 연기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한국에 처음 와서 모텔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
경험만으로는 소재 구성에 한계가 있어서 주변 직장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많이 녹여냈다.
해밍턴 씨는 "워크숍을 주말에 가자는 부장님은 집에서 심심하고 눈치 보이지만, 회사에서는 마음이 편하니까 그런 것 같다"라며 "아마 시트콤 보면서 뜨끔 하시는 부장님들 많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취리 씨가 이내 이렇게 덧붙였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위치에 올라가면 똑같이 하는 경우도 봤어요.
"
◇ 서로 보듬는 가족 같은 문화는 부러워 한국 회사 문화가 특별한 점은 또 있다.
팀플레이다.
"호주에서는 '끝나고 술 한 잔 할래' 이런 말 할 수 없어요.
너랑 8시간 넘게 봤으니까 난 다른 사람 만날 거야 하고 가요.
직장 동료이자 친구라는 존재는 아마 한국 회사 말고는 없을 겁니다.
"
오취리 씨는 "개인보다 단체가 먼저란 생각이 큰 거 같다"며 "내가 좀 힘들더라도 회사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한국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살이 10년을 돌아봤을 때 그런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라며 "3차, 4차까지 가던 회식 문화도 사라진 것처럼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두 샘' 모두 "표현하지 않는 문화를 고쳤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속담 중에 가장 이해 안 되는 것 있어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래서 다들 튀고 싶어하지 않아요.
회사에서도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 얼마든지 의견 주고 받을 수 있잖아요.
비웃음 당하는 일 두려워하지 말아요.
바보 같은 질문도 질문이에요.
상대방의 말이 언제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
◇ 인종 차별에는 언제나 목소리 높일 것
대한민국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2010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며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오취리 씨는 "그때와 지금의 한국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기억한다.
그에게 물 한병도 팔지 않겠다는 편의점도 있었고, "당장 내리라"고 한 택시 기사도 있었다.
이런 일을 잇달아 겪자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흑인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모르니까.
내가 더 열심히 활동해서 방송에서 자주 내 모습을 비추면서 편견을 바꿔놓겠다고 결심했어요.
차별하는 행동 기저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숨어 있어요.
알면 그러지 않아요.
"
해밍턴 씨 역시 "이런 점 때문에 오취리가 큰 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서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모습 보여주니까 흑인 인식도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취리 이후로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이들이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재청 문화재 지킴이로 위촉된 오취리 씨는 "며칠 전에 집 주변에서 만난 꼬마가 '하이파이브 해달라'고 하더라"며 "몇 년 전 같았으면 무섭다고 도망을 갔을 텐데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괜찮아진다"고 강조했다.
◇ 서로 미워하지 않는 법 있어요 회사에서나 사회에서나 피부색이나 직급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법은 간단하다.
해밍턴 씨는 미국 소설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나온 대사를 언급하며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흑인 분장하고 나와 개그 소재로 삼았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만약에 제가 한국 사람처럼 분장해서 나왔다면 웃을 수 있었을까요? 원래 자주 했던 소재라고 하지만 수십 년 전 인식을 가지고 지금 행동하면 안 되죠."
오취리 씨는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도 노예제도가 있던 100여년 인식을 가진 이들이 남아있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K팝의 유행으로 한국문화가 전 세계로 전파되는데 이는 부정적인 부분도 함께 알려진다는 의미라고 본다"고 거들었다.
해밍턴 씨는 "앞으로 상사 입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실수 등을 선보이며 균형을 맞춰나갈 예정"이라며 "가령 업무시간에 은근슬쩍 농땡이 부리는 부하 직원을 보는 상사의 심정 같은 에피소드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취리 씨는 "구독자 절반이 한국이 가장 많지만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와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구독자가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역할에 일조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연합뉴스
"오전 9시까지 출근하면 되죠?"
"1시간만 일찍 와" "그럼 일찍 퇴근해도 돼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호주 출신의 샘 해밍턴(44) 씨와 가나 출신의 샘 오취리(31) 씨는 최근 오피스 시트콤에 도전했다.
유튜브 채널 '샘송전자'에서 해밍턴 씨는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직장 경력 20여년차 부장으로, 오취리 씨는 '언젠가는 그만둔다'라는 말을 수시로 하는 5년차 대리 오철희로 나온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한국 회사 문화를 풍자해 공감대를 얻으며 방송을 시작한 지 한달여만에 총조회수가 100만건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들은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회사 문화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공감대를 얻는 시트콤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외국인이라고 외국인 역만 맡으라는 법 있나요 "만약에 제가 드라마에 캐스팅됐다고 가정한다면요. 분명 역할은 주인공의 외국인 친구나 영어교사, 이태원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일 거예요.
더 다양한 배역도 맡고 싶은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
오취리 씨는 유튜브가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출연 제안이 오길 기다리기만 했던 방송과는 달리 유튜브에서는 프로그램 기획, 대본, 연기까지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튜브 시작은 2017년 했는데 당시에는 '두 샘이 안내하는 한국 관광 명소'라는 콘셉트였는데 유사한 채널도 많았고 차별성도 없었다"며 "외국인을 불러 삼겹살을 먹이거나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 식상하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국 살이 20년이 넘은 해밍턴 씨나 10년을 바라보는 오취리 씨 모두 잠깐이나마 일한 경험을 했던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해밍턴 씨는 2003년께 국내에 있는 영국계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여전히 생생하다.
"다들 전날 술 많이 마셔서 아침에 쓰린 속 부여잡고 다들 괴로워하면서 오전을 보내다가 부장님이 '밥을 먹으러 가자' 하니까 우르르 나가는 모습도 특이했고요.
오후 일을 시작해 야근하다 또 다시 함께 나가서 술 한잔씩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
오취리 씨는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나에도 비슷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있어요.
저 어릴 때 어머니가 가나 NGO(비정부기구)에서 근무해서 종종 놀러 갔는데 당시에 마주했던 풍경이 조금씩 기억나 연기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한국에 처음 와서 모텔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
경험만으로는 소재 구성에 한계가 있어서 주변 직장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많이 녹여냈다.
해밍턴 씨는 "워크숍을 주말에 가자는 부장님은 집에서 심심하고 눈치 보이지만, 회사에서는 마음이 편하니까 그런 것 같다"라며 "아마 시트콤 보면서 뜨끔 하시는 부장님들 많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취리 씨가 이내 이렇게 덧붙였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위치에 올라가면 똑같이 하는 경우도 봤어요.
"
◇ 서로 보듬는 가족 같은 문화는 부러워 한국 회사 문화가 특별한 점은 또 있다.
팀플레이다.
"호주에서는 '끝나고 술 한 잔 할래' 이런 말 할 수 없어요.
너랑 8시간 넘게 봤으니까 난 다른 사람 만날 거야 하고 가요.
직장 동료이자 친구라는 존재는 아마 한국 회사 말고는 없을 겁니다.
"
오취리 씨는 "개인보다 단체가 먼저란 생각이 큰 거 같다"며 "내가 좀 힘들더라도 회사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한국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살이 10년을 돌아봤을 때 그런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라며 "3차, 4차까지 가던 회식 문화도 사라진 것처럼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두 샘' 모두 "표현하지 않는 문화를 고쳤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속담 중에 가장 이해 안 되는 것 있어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래서 다들 튀고 싶어하지 않아요.
회사에서도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 얼마든지 의견 주고 받을 수 있잖아요.
비웃음 당하는 일 두려워하지 말아요.
바보 같은 질문도 질문이에요.
상대방의 말이 언제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
◇ 인종 차별에는 언제나 목소리 높일 것
대한민국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2010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며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오취리 씨는 "그때와 지금의 한국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기억한다.
그에게 물 한병도 팔지 않겠다는 편의점도 있었고, "당장 내리라"고 한 택시 기사도 있었다.
이런 일을 잇달아 겪자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흑인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모르니까.
내가 더 열심히 활동해서 방송에서 자주 내 모습을 비추면서 편견을 바꿔놓겠다고 결심했어요.
차별하는 행동 기저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숨어 있어요.
알면 그러지 않아요.
"
해밍턴 씨 역시 "이런 점 때문에 오취리가 큰 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서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모습 보여주니까 흑인 인식도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취리 이후로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이들이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재청 문화재 지킴이로 위촉된 오취리 씨는 "며칠 전에 집 주변에서 만난 꼬마가 '하이파이브 해달라'고 하더라"며 "몇 년 전 같았으면 무섭다고 도망을 갔을 텐데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괜찮아진다"고 강조했다.
◇ 서로 미워하지 않는 법 있어요 회사에서나 사회에서나 피부색이나 직급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법은 간단하다.
해밍턴 씨는 미국 소설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나온 대사를 언급하며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흑인 분장하고 나와 개그 소재로 삼았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만약에 제가 한국 사람처럼 분장해서 나왔다면 웃을 수 있었을까요? 원래 자주 했던 소재라고 하지만 수십 년 전 인식을 가지고 지금 행동하면 안 되죠."
오취리 씨는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도 노예제도가 있던 100여년 인식을 가진 이들이 남아있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K팝의 유행으로 한국문화가 전 세계로 전파되는데 이는 부정적인 부분도 함께 알려진다는 의미라고 본다"고 거들었다.
해밍턴 씨는 "앞으로 상사 입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실수 등을 선보이며 균형을 맞춰나갈 예정"이라며 "가령 업무시간에 은근슬쩍 농땡이 부리는 부하 직원을 보는 상사의 심정 같은 에피소드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취리 씨는 "구독자 절반이 한국이 가장 많지만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와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구독자가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역할에 일조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