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원하는 정보 달라져…회계학계, 新기업평가 방식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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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계학회 국제학술대회기업이 사업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수록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 경영학계의 통설이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영역이 다양한 기업은 정보공개가 오히려 높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외 교수·전문가 400여명
열띤 온라인 발표·토론
이익 기반의 기업 가치평가 한계
경영환경·이해관계자 변화 반영해
회계학계, 정책당국에 목소리 내야
황현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조직구조, 자발적 공시와 투자 효율성’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지난 26일 한국회계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경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국회계학회와 공동으로 올해 처음 마련한 상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400여 명의 회계학 교수와 전문가가 회계정보와 기업가치 분석을 둘러싼 다양한 연구 결과를 놓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정보공개, 때론 비용이 클 수도”
황 교수는 다양한 사업 분야를 거느린 기업(복합 프로젝트 기업)의 정보공개 양상과 기업가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는 “연구 결과 복합 프로젝트 기업은 상대적으로 정보를 적게 공개하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황 교수는 여러 사업 분야에 진출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프로젝트별로 투자 효율성을 감안해 자본을 달리 배분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정보공개 비용을 아끼려 할수록 외부 투자자의 평가는 인색해지지만 CEO의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성과 개선으로 이를 일부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공개는 경쟁기업에 영업기밀 유출 가능성을 키우고, 이는 영업이익과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런 비용의 존재를 감안하면 정보공개와 기업가치의 관계는 단순한 선형관계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학자들이 변화 앞장서야”화상 시스템으로 기조연설을 한 메리 바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투자자에게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회계학자들이 기업가치를 반영할 더 나은 방식을 도입하는 동시에 실무 적용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회계 처리도 변해야 한다”며 “가령 무형자산 평가 방식을 개선한다든지, 단일 성과측정지표의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정보의 유용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좋은 연구가 응용을 위한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뉴 이코노미 시대에 회계학자들은 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당국과 입안자들에게 연구 성과물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유럽회계학회장을 지낸 필립 주 네덜란드 틸버그대 교수도 환경 변화에 발맞춘 회계학자들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기업 환경이 바뀌고 기업 이해관계자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며 “회계학 연구에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구 일리노이대 교수는 ‘비상장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동종기업의 정보 활용’ 등 실무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전달했다. 나현종 한양대 교수는 ‘정부의 감사인 교체 결정 요인’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황석윤 뉴욕시립대 교수는 ‘감사인의 감사품질 관리 노력과 독립성’에 관해 설명했다.
회계·세무 통합학술대회도 열려
국제학술대회에 이어 27일에는 국내 8개 회계·세무 관련 학회가 통합학술대회를 열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회계감독지침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관련 회계정보를 더 비중있게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지연 경북대 교수도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독 지침이 나온 날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내놨다.김정애 부산대 교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새 리스회계 기준을 적용한 뒤 이자보상비율, 순현금흐름, 수익성 등이 나빠졌지만 실질적인 부채 상환 능력은 같기 때문에 신용평가등급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논문을 소개했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