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석권한 거대여당…상임위 선출부터 일사천리

정성호 "제 역할 빨리 끝나길" 이개호 "다소 쑥스러운 상황"
통합, 본회의장 옆에서 규탄 의총…"청와대 출장소로 전락"
21대 국회가 29일 우여곡절 끝에 출발했다.176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운전석을 독차지했다.

103석의 미래통합당을 태워 앉힌 채로, 첫 행선지인 3차 추경 처리로 향했다.

양당 협상이 이날 오전 끝내 결렬되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후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개의를 선언했다.오후 2시 20분께 시작된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은 1시간 반 만에 종료됐다.

11명의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일사천리로 뽑혔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점한 데 이어, 이날로써 18개 중 17개 상임위원장을 확보하게 됐다.정보위원장도 민주당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이날 본회의는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통합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통합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은 불참했고, 민주당의 우군인 정의당도 "일당 독식 사태"라며 표결을 보이콧했다.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대단히 송구스럽다"(김태년 운영위원장), "유감스럽다"(윤관석 정무위원장), "마음이 가볍지 않다"(박광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는 등의 소회를 짤막하게 밝혔고, 동료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다소 쑥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뜻밖에 중책을 맡아 당황스럽다"며 "야당의 빠른 참여로 저의 역할이 빨리 종료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통합당은 2주일 만에 또 강력히 반발했다.

본회의장 맞은편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청와대 출장소", "일당 독재", "핵폭탄 투하" 등으로 박 의장과 민주당을 규탄했다.

특히 통합당은 소속 의원 전원이 상임위에 강제로 배정된 데 대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면 상임위원들이 먼저 정해져야 하는데, 통합당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에게 "여러분이 받은 상임위 배치 명단은 저희가 제출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물어본 것도 아니다"며 "청와대가 지시하고 여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입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강제 동원된 것"이라고 말했다.

6개 상임위에 강제 배정됐던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이날 11개 상임위에 배정된 의원들도 사임계를 제출할 계획이지만, "(국회 사무처가) 받아주지를 않고 있다"고 최 원내대변인은 주장했다.

일찌감치 상임위원장직 반납을 선언한 통합당 중진 의원들은 의총에 앞서 박 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박대출 의원은 기자들에게 "히틀러 시대와 다를 게 있나"라고 말했다.항의 방문 탓에 다소 늦게 의사봉을 잡은 박 의장은 "여야가 어제 저녁 원 구성과 관련된 합의 초안을 마련하고 오늘 오전 중으로 추인을 받아 효력을 발생하기로 합의했었는데, 야당이 추인받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