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이콧 벼락 맞는 페이스북…트럼프 편든 것만 죄였을까 [이고운의 머니백]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연일 기업들의 광고 ‘보이콧’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논란에도 꿋꿋하게 버텼던 주가도 무너졌습니다. 광고가 주 수익원인 페이스북, 진정 전세계 광고주들에게 버림받은 걸까요. 사회정의 구현을 외치고 있는 광고주들의 속내도 궁금해집니다.

◆왜 유니레버의 보이콧에 시장이 동요했나유니레버는 26일 “연말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니레버는 자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보다 8.32% 급락한 216.0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낸 문제성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흔들렸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던 날이라고 하네요.
출처: 유니레버 페이스북
미용·위생용품 브랜드 ‘도브’ 등을 보유한 유니레버는 지난해 페이스북 광고에 4230만달러(약 509억원)를 쓴 주요 광고주입니다. 광고비 기준 순위는 30위로 현재까지 보이콧 선언을 한 기업 중 가장 거물급입니다. 미국 최대 통신기업(이지만 페이스북 광고비 지출 순위는 그다지 높지 않은)인 버라이즌의 25일 보이콧 발표 이후 증폭되던 시장의 불안에 결정타를 제대로 날리는 역할까지 했습니다.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유니레버의 결정이 나오기 전 “버라이즌 같은 주요 기업의 보이콧은 페이스북의 다른 광고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았는데요. 시장에서 우려했던 도미노 효과가 아주 빠르게 현실로 반영됐습니다.

지금까지 100개 가량 기업이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앞으로 유니레버 급의 주요 광고주가 보이콧에 동참할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지난해 기준 페이스북의 10대 광고주 내역은 이렇습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시장의 관심은 보이콧이 페이스북의 올해 실적을 얼마나 무너뜨릴지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형 광고주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광고를 중단할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별일 없을 거란 예상도 나옵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니콜 페린 분석가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광고 감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지, 보이콧 때문인지 가려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 보이콧은) 실적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하는 속내

미 언론에서는 보이콧에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유로 △광고 효과 △일단 거리두기 △기업 윤리 준수 △거대 플랫폼 길들이기 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페이스북에 광고를 하지 않는 행위 자체로 광고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페이스북에 내기로 했던 광고비를 아끼고도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좋은 이미지까지 얻으니 일석이조일 수 있겠습니다.

페이스북이 워낙 논란에 휘말려있다 보니, 일단 거리를 두었다가 사태가 잠잠해지면 다시 광고주로 돌아오겠다는 기업들도 존재할 것입니다. 페이스북을 통한 광고 효과가 워낙 크다 보니 기업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 사단을 일으킨 유니레버만 해도 미국 외 지역에서는 페이스북 광고를 끊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참여 기업 대다수가 7월부터 한두달만 보이콧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설명 가능해집니다. 사실 미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 운동(#StopHateFor Initiation)에서 제안한 기간도 7월 한달이긴 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단지 윤리적인 이유만으로 페이스북 광고 계획을 철회한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이유로 거론한 플랫폼 길들이기는 좀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기업들이 페이스북의 광고효과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100% 만족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광고주들이 광고 플랫폼에 불만사항 시정을 요구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해석입니다.◆문제는 브랜드 안전이었나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에 참여한 기업 중 상당수가 혐오 조장 게시물에 나름대로 조치를 취한 트위터까지 겨낭했습니다. 유니레버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보이콧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코카콜라는 여기에 구글의 유튜브, 스냅의 스냅챗까지 포함해 전 소셜미디어에 한달 동안 광고를 중단합니다. 페이스북 광고예산이 다른 소셜미디어로 이동할 것이란 시장의 초기 예상과는 다릅니다.

일각에서는 광고주들의 불만이 페이스북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에 디지털 광고를 하는 기업은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는 콘텐츠와 광고가 함께 배치되는 상황이 가장 마음에 안 들 것입니다.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문제입니다. 소셜미디어가 혐오 콘텐츠를 걸러내고 차단, 삭제하는 기술을 갖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안전이 문제였다면 페이스북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보다는, 혐오 게시물을 걸러내고 삭제할 수 있는 기술 강화와 광고주 배려일 듯합니다. 기업들이 2017년 벌인 유튜브 광고 보이콧 사건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시 광고주들은 혐오를 일으키는 유튜브 영상에 자사의 광고가 붙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가 올린 영상에 글로벌 기업의 광고가 삽입되는 상황에 분노한 기업들이 당시 유튜브 광고 보이콧에 나섰습니다. 구글은 이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사과했고, 유튜브 실적도 우려에 비해 큰 타격은 없었습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