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국내 수출 산업에 미칠 파장은?
입력
수정
홍콩 거쳐 중국 수출하는 반도체 한 해 24조원"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로는 한중 무역 둔화에 따른 우려가 큽니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
중국 직수출로 전환하면 초기엔 물류비 등 비용 증가 전망
미국 중국 무역분쟁 확대에 따른 '경기 둔화'가 더 큰 걱정
미국 상무부의 '홍콩 특별대우 지위 박탈'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중국 수출 방식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달러 결제 편의성, 세금 절감을 위한 구매 업체의 요청 등으로 한 해 약 200억달러(약 24조원) 규모 반도체를 홍콩을 거쳐 중국에 수출했는데, 앞으론 '중국 직수출'을 요구하는 구매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 내 보관시설 확보 등에 따른 물류비 등이 증가할 수 있지만 큰 부담은 아니다"며 "미·중 무역분쟁 확대에 따른 무역 둔화가 더 큰 걱정"이란 얘기가 나온다.아시아 무역허브로서 '홍콩' 매력 낮아질 것
29일(현지시간) 미국이 홍콩의 특별무역지위를 철회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 중국에 적용 중인 보복관세가 홍콩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에 관세, 무역, 비자 등의 분야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특별무역지위가 없어지면 아시아 금융허브이자 자유무역항으로서 홍콩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OECD 평균(23.4%)보다 낮은 법인세율(16.5%), 관세율 상승, 최대 17%에 달하는 증치세 환급이 쉬운 점 등의 영향으로 홍콩에 진출했던 수입 업체들이 홍콩을 떠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27조 홍콩 수출
관심사는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이다. 홍콩은 2019년 기준 한국의 4대 수출대상국(수출규모 319억달러)인데, 이 중 약 69.8%(223억달러, 약 27조6000억원) 정도가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홍콩에 27조원 넘는 규모의 반도체가 수출되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홍콩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랜 무역 관행과 세금 절감 등을 원하는 수입 업체의 요구가 더해진 결과다.
산업계에선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반 수출 비용이 증가하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하지만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은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맞지만 수출에 큰 차질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에 직수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새로운 보관장소와 중국으로 가는 항공편 확보 등으로 물류비 등 일부 비용이 단기간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직수출로 전환하면 큰 걱정 없어
중국 상하이나 선전의 물류시스템도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에 직수출해도 큰 불편이 없다는 게 국내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수출업체 입장에선 홍콩에 수출하는 것이나 중국 본토에 수출하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오래 전부터 구축한 거래선이 있기 때문에 홍콩으로 보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홍콩이 특별지위를 박탈당한다고해서 홍콩으로 가던 물량이 단기간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중국 직수출이 늘어나면 초기엔 물류비 등이 증가할 수 있겠지만 결국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화장품, 농축수산물 업체 등 홍콩을 중계무역기지로 활용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중국의 통관·검역이 홍콩에 비해 까다로워 수출 물량 통관시 차질 우려는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더 큰 걱정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 악화로 글로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는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미중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우리 기업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통상분쟁이 본격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전세계로 부정적인 영향이 퍼지면 수출 기업이 많은 한국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