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북전단 발끈한 이유…"리설주 포르노 합성사진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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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정도로 과격한 보복에 나선 주요 배경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합성한 대북전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추잡하고 모욕적 성격…포토샵까지 이용해 저열"
"김정은 건강이상설·김여정 후계설 사실 무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는 29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31일 전단 살포는 북한 지도자의 부인을 향한 추잡하고 모욕적인 선전전의 성격을 띠었고 포토샵까지 이용한 저열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탈북민 단체가 뿌린 대북전단에는 포르노 DVD 표지에 '설주의 사랑'이란 제목과 함께 리 여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다.
DVD에는 '서울의 사랑'이라는 일본어 제목이 붙어있지만 이를 '설주의 사랑'으로 고쳐 번역했다. 표지에는 '한류 꽃미남과의 사랑을 꿈꾸는 일본 여성들'이라는 일어 문구가 있어 기존 포르노에 얼굴만 따로 붙인 조악한 합성 사진임을 단 번에 알 수 있다.리 여사가 북한 내에서 가지는 위상은 '최고 존엄'으로 일컫는 김 위원장에 버금간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 줄곧 리 여사를 대동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공식 영부인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반면 김일성 주석은 197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후처 김성애의 대외석상 동반을 중단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성혜림, 김영숙, 고영희, 김옥 등 4명의 부인을 대외 석상에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과의 행보는 이와 대조된다.
북한 매체들은 리설주에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간 여사라는 표현은 김일성 주석 조모인 리보익, 생모인 강반석, 김정일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을 언급할 때만 쓰였다.
이처럼 북한에서 리 여사가 영부인이자 '최고존엄'의 다정한 아내로 이미지를 굳힌 가운데 대북 전단을 통해 저급한 비방이 이뤄지자 북한 지도부가 분노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로 북한은 대북 전단을 한미 연합군사훈련보다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대규모 합동군사연습(훈련)도 엄중한 위협이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최고 존엄에 대한 중상 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하지만 이 전단이 7년 전에 살포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우리는 이렇게 급이 떨어지는 (대북 전단을) 것을 보낸 적 없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가 언급한 전단이 이번에 보낸 전단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잘못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마체고라 대사의 발언을 종합하면 그가 사실 관계를 잘못 알았거나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긴 또다른 대북전단이 있었을 수도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것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소문이라고 확신한다"며 "김 위원장이 대중 앞에 덜 나타나고 있지만 그는 결정을 내리고 있고 그의 지시는 보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국가 지도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여정 후계설'도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김여정을 비상사태에 대비해 (국가지도자로) 준비시키고 있다고 믿을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여정은 아직 상당히 젊지만 정치적, 대외정책 경험을 쌓았다"면서도 "그녀는 이제 높은 수준의 국가 활동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다"라고 주장했다. 김여정을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 후계자로 보는 일부의 시각을 일축한 것이다.
다만 마체고라 대사는 김여정이 북한 노동당에서 요직에 해당하는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조직지도부 부장을 맡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제1 부부장은 상당한 직책에 해당된다고 말했다.마체고라 대사는 또 "북한에서는 2인자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1인자만 있다면서 만약 김여정에게 자신이 2인자냐고 물어보면 강하게 부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