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휴가 풍속도…"사람 많은 곳 싫다" 캠핑족 북적

해변과 휴양림에 캠핑카·텐트 몰려…숨겨진 피서 명소도 붐벼
용품 매출 오름세·일부 텐트 품귀 현상…휴양지 시민의식은 제자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자 전국 유명 해변과 휴양림, 캠핑장은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피해 휴가를 즐기려는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다. 주요 캠핑장에는 예약이 넘치고 숨은 피서 명소도 텐트와 캠핑카로 일찌감치 붐비고 있다.

이에 따라 텐트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지만, 휴양지 곳곳에서는 무단 취사와 쓰레기 투기 등 시민 의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해수욕장 주변 숲속에 붐비는 캠핑족…캠핑카도 증가
충남 서해안 캠핑 명소인 태안군 몽산포해수욕장에는 요즘 주말이면 500팀 정도가 찾아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정도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다.

운여해수욕장 등 태안군 안면도에 있는 10여개 해수욕장 주변 숲속과 해변에도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캠핑족들로 붐빈다. 이들 해수욕장에서는 일가족이 텐트 안에서 놀이를 하거나 해변에서 조개를 잡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기 굽는 냄새도 진동한다.

캠핑장에 카라반을 장기 주차하고 시간 날 때마다 와서 피서를 즐기는 문화도 새로 생겨났다. 몽산포해수욕장의 경우 카라반을 장기 주차하고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이 60여팀에 이른다.

태안군 관계자는 "예년에는 볼 수 없던 여가 문화가 지역 해수욕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속도"라고 말했다.
◇ 휴가 메카 제주도…캠핑 열기도 후끈
코로나19 시대 제주도에서도 캠핑의 인기는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의 협재·금릉해변과 김녕해변 등은 이미 캠핑의 메카가 된 지 오래다.

주말이면 수십동의 텐트가 들어서 캠핑촌을 형성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여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캠핑용품점도 호황이다.

제주시의 한 캠핑용품 대여점은 최근 주말이면 재고가 부족해 용품을 내주지 못할 정도로 대여 요청이 쇄도한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생긴 여러 캠핑용품 판매점들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캠핑을 전혀 즐기지 않았던 도민들 가운데서도 캠핑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제주시 오라동에 사는 A씨는 최근 두 아이와 함께 캠핑하며 주말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평소엔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카페나 실내외 관광지를 다니며 주말을 보냈었는데 감염 우려로 인해 이마저도 내키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제주시 구좌읍의 한 사설 캠핑장의 경우 날씨만 좋으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의 매 주말 80% 이상의 예약률을 보인다고 상황을 전했다.
◇ 때 이른 더위에 숨겨진 피서 명소도 북적
숨겨진 열대야 피서지인 강원 대관령도 때 이른 더위에 캠핑족들로 북적이고 있다.

평창군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 광장은 더위를 피해 온 피서객들이 타고 온 캠핑카와 텐트로 북적였다.

예년에는 피서 절정기인 7월 말부터 이곳이 주목받았지만, 이른 더위와 코로나19로 6월부터 캠핑족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은 해발 830m 정도로, 20분 거리의 강릉보다 한여름 기온이 7∼10도가량 낮다.

지난달 9일 전국 올해 첫 열대야가 강릉에 찾아오자 이곳은 더욱 주목받았다.

휴게소와 연결된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에는 물이 흐르는 작은 골짜기와 울창한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피서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더위를 식히는 명소다.

낮에도 캠핑카들이 머무르며 시원한 백두대간 바람에 더위를 식혔고, 피서객들은 잘 가꿔진 주변의 산을 등산하고 책을 보며 시원한 하루를 보냈다.
◇ 캠핑용품 매출 '쑥쑥'…인기 텐트는 품귀 현상도
"텐트 사려고 캠핑용품점 몇 곳에 전화를 돌려서 겨우 구했어요.

딱 1개 남아있었어요.

"
부산에 사는 김모(31)씨는 최근 캠핑을 해보려고 용품점을 방문했다가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는 해외여행 등이 어려워 캠핑에 도전해보려 했는데, 이런 생각을 자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캠핑용품점에 발을 딛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창고형 매장 내에 텐트가 가득 전시돼 있기는 했지만, 이미 재고는 다 나갔고 전시품도 다 팔렸다는 표시가 돼 있었다.

부산의 한 캠핑용품점 사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많이 하는데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이곳 공장이 멈추면서 공급에 영향을 받았고, 캠핑 수요가 늘면서 인기 텐트를 중심으로 품귀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캠핑용품을 (도매점에) 최근 30개 주문했는데 8개밖에 안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온라인 마켓이 최근 3개월간 캠핑용품 매출을 밝힌 자료를 보면 캠핑 의자·테이블 매출이 144%, 텐트·그늘막 매출이 104% 증가했다.
◇ 아무 데서나 연기 풀풀…쓰레기더미도 수북
늘어나는 캠핑족에 비해 시민의식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강원 동해안의 대표 해변인 경포해수욕장은 개장이 보름 넘게 남아있음에도 주차장은 피서객 차량으로 가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는 행락객들이 최근 몰리면서 백사장뿐만 아니라 소나무 숲도 사람들의 차지가 됐다.

하지만 바닷가를 따라 들어선 소나무 숲은 벌써 피서 절정기와 같은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젊은이들은 취사가 금지된 소나무 숲에 화로를 펼쳐놓고 대낮부터 고기를 굽고 있었다.

뿌연 연기와 고기 굽는 냄새는 소나무 숲 사이로 번져갔다.

이들뿐 아니라 피서객들이 앉았다 떠난 자리에는 쓰레기더미가 수북하게 쌓였다.

경관이 좋은 해변에는 캠핑카들이 몰려들고, 야영하는 텐트도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지자체는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을 지정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면서 지정되지 않는 주차장 등도 캠핑카가 차지하고 있다.

텐트가 빈틈없이 들어선 해변 주변은 고성방가도 심해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 등을 크게 틀어 놓는 등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민들은 "어른들의 노는 문화가 조용히 힐링하고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갖는 게 아니라 먹고 마시고 떠들며 각종 일회용 쓰레기를 버리고 가 아이들에게도 보기가 좋지 않다"며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은파, 박지호, 차근호, 이해용, 양지웅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