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멘토링에 '2030 주니어보드'까지…이동통신사는 MZ세대 '열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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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조직문화 중심·주 소비층으로 부각LG유플러스의 입사 2년차 사원 조세영, 김현이씨는 지난 1일 퇴근 뒤 서울 성수동으로 향했다. 박치헌 전략기획담당 상무에게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문화를 소개해주는 '리버스 멘토링'을 해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나 처음 향한 곳은 차를 마시며 명상, 요가 등을 할 수 있는 '그린랩'. 1시간에 1만 5000원으로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비치된 책, 원고지, 필기류를 이용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멘토링 첫 장소로 명상찻집을 선정한데 대해 조씨는 "상무님께 요즘 세대는 힐링도 힙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장소는 '프로젝트 렌트.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최소 2주에서 두달까지 팝업스토어를 열고 자신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이다. 박 상무가 전략기획담당이라는 점을 감안해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접하는 방식을 소개해주겠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박 상무는 "신입사원이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느냐"며 "우리회사도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기에 괜찮은 장소"라며 신기함과 만족스러움을 연신 내비쳤다. 이동통신사들이 MZ세대(1980~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 공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직 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데다 디지털 상품의 주력 소비층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살아남는다는 절박감이 커져서다.
LG유플러스, 신입사원이 임원들에게
멘토링해주는 '리버스 멘토링' 운영
SKT, 2030세대로 구성된 '주니어보드' 준비 중
KT, 평균연령 29세 'Y컬처팀' 운영
CEO와 핫라인 역할도
LG유플러스는 2일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연령 27세의 신입사원들이 멘토가 되어 임원들에게 MZ세대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하현회 부회장을 비롯해 전략, 서비스개발, 기업, 네트워크 등 전사 각 부문 임원 10명이 멘티로, 신입사원 20명이 멘토로 참여한다. 이달 말까지 총 4차례 멘토링을 열고 하반기에는 새로운 멘토·멘티를 선발해 4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회사 경영진과 젊은 세대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MZ세대 고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멘토들은 ‘MZ세대 언어와 소통방법’, ‘MZ세대의 플랫폼’, ‘요즘 세대 직업관과 회사 제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등을 주제로 잡았고 멘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대간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 올해부터는 상·하반기 두차례로 늘렸다. LG유플러스는 전체 직원 1만 700여명 중 1980년 이후 출생자가 60% 이상이다. 1990년대생은 21%로 해마다 늘고 있다. 양효석 LG유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상무)는 "5G 등 미래 산업의 주요 고객이면서 LG유플러스를 이끌어갈 주역인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을 리더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조직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다"며 "멘토링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조직 케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상품 출시 전 2030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주니어보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인선을 진행중이다. 이 제도 도입에는 박정호 사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박 사장은 "서비스 소비자는 MZ세대인데 왜 우리(서비스위원회)가 다 결정하고 있는가. 주니어보드가 써보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달 말부터 2030 기업문화 전담팀인 'Y 컬처팀'을 운영중이다. 팀장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평균 연령은 만 29세다. 이들은 경영진과 직원간 소통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구현모 사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과 핫라인을 구축해 직접 소통하는 권한도 받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