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종부세 올리고 주택공급도 늘려라"

집값 치솟자 추가대책 지시

"다주택자 稅부담 강화하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확대를"

서울 아파트 매매값 4주째 상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고 주택 공급 물량 확대를 주문했다. 6·17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향을 보고받은 뒤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내년에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이 밖에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세금 부담 완화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 강화 △부동산시장 급등 시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 등을 지시했다.문 대통령은 앞서 참모진에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세율을 현재보다 0.2~0.8%포인트 인상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올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다주택자들에게 이달 비거주 주택을 처분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지난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감정원은 6월 다섯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 대비 0.6% 올라 4주 연속 상승세라고 발표했다. 서울 매매가격지수는 107.6으로,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에 0.2포인트 차이로 바짝 다가섰다. 수도권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매수세가 서울로 다시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59㎡는 2억2000만원 올랐다.

재개발·재건축 막아놓고…文대통령 "발굴해서라도 공급 늘려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긴급보고를 받고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주문한 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에도 주택 시장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서울 강남 핵심 지역에 토지거래허가제 카드까지 꺼냈지만 서울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주택 시장에서 소외된 30대 젊은 층 달래기에 나서며 추가 공급까지 직접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서울 지역에 의미있는 공급 확대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확대 지시했지만 한계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긴급보고를 받았다. 이후 △실수요자, 생애최초 구입자, 전·월세 거주 서민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 △집값 불안 시 즉각적인 추가 대책 마련 등 네 가지 방안을 지시했다.문 대통령은 먼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하고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은 공공주택의 경우 20%이며 민영주택은 없다. 이에 따라 국민주택에선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을 높이고, 민영주택에는 새로운 공급 의무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되면 일반청약 당첨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눈길을 끄는 것은 추가 공급 주문이다. 그동안 강남 등 핵심 지역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에 치중했던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으로 상당한 물량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장의 지적을 반영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내년에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9000가구보다 더 많은 물량을 사전 청약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공급 확대 방안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서울 핵심 지역으로 쏠리는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지 않는 한 강남 등 핵심 지역의 추가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재건축 등의 규제 완화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대책에서 배제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주택자 등 세부담 더 커질 듯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투기성 매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높다”며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키우고, 양도소득세까지 강화해 다주택자를 전방위적으로 옥죌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긴급보고에 앞서 참모들에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정부의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 담긴 입법 과제였으나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정부가 이번 국회에 새롭게 제출할 종부세법 개정안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를 1주택자에 대해서도 강화하는 내용이다. 1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율은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의 세율은 0.2~0.8%포인트 높인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세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올린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곧 구체적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기 김포·파주 등 최근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른 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해 규제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호/심은지/최진석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