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文 때린 '문모닝'…박지원의 구원 새삼 눈길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에 깜짝 발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야권 인사를 장관급에 발탁한 것이자, 문 대통령과 박 내정자가 과거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에 대한 박 내정자의 '구원'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 대신 공포를 택했고, 이때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밀사 역할을 했던 박 내정자는 특검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둘의 갈등 양상은 2015년 2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정점을 찍었다.

박 내정자는 당권경쟁을 벌인 문 대통령을 향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마신다"며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로 낙인찍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문 대통령은 TV토론에서 박 내정자의 집요한 공격을 받자 "왜 없는 말을 하느냐. 그만 좀 하시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당시 전대에서 박 내정자는 호남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근소한 차이로 패했고, 2015년 말 안철수 김한길 전 의원 등 비주류와 동반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2016년 총선에선 호남의 좌장으로서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는 녹색돌풍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며,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문 대통령에게 호남에서의 충격적 참패를 안기기도 했다.

2017년 대선 때도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최일선에 섰다.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비난해 '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같은 악연에도 문 대통령이 박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내정자는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박 내정자 역시 대선 이후 야당에 몸담으면서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왔다.

"우리 모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박 내정자가 그간의 구원을 해소하며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공감대를 쌓아왔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외교안보 원로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 박 전 의원을 초청해 의견을 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