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젠투 펀드'도 1.3조원 환매 연기

판매사들, 투자자 보호 위해
홍콩에 민원 제기·법적대응 나서
홍콩계 젠투파트너스가 자사가 운용하는 1조3000억원 규모 사모펀드 전체에 대해 환매 연기를 선언했다. 판매사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홍콩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젠투파트너스는 이날 국내 증권사, 은행 등 판매사에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와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 ‘CM 크레딧 펀드’ 등에 대한 환매를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펀드들은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삼성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국내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에 팔렸다.지난 5월 레버리지 구조의 채권형 사모펀드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에 대한 환매 연기를 통보한 데 이어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 상품까지 환매를 연기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두 번째 상품은 국내 우량 금융채권을 담는 채권형 펀드인 데다 레버리지 없이 운용돼 비교적 안전한 상품으로 분류돼 왔다.

'최대 5배 레버리지' 손실 눈덩이
"문제 없는 펀드도 환매 못해줘"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최대 다섯 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킨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는 주요 자산 유동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이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은 일반 펀드까지 볼모로 잡아 환매를 지연하고 있다는 게 판매사들의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젠투파트너스의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가 9000억원,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가 3000억원, ‘CM 크레딧 펀드’가 1000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발단이 된 것은 첫 번째인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다. 펀드 중 일부가 최대 다섯 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투자자의 돈으로 채권을 사고, 이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 더 사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때문에 가입 후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5월 말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조기 상환을 해 주지 못했다.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 중 레버리지가 들어간 상품 규모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레버리지 상품 규모가 195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일부 판매사는 레버리지 펀드 때문에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와 같은 정상적인 상품들이 볼모로 잡혀 환매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AUM트리거(운용차입금 중도상환) 조항에 걸려 젠투가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금융사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킬 때 일정 수준의 운용 규모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 조건을 유지하지 않으면 AUM트리거 조항에 따라 PBS금융사가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다.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에서 환매해 주면 총 자산 규모가 작아지고, PBS금융사가 빌린 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젠투파트너스가 환매를 연기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판매사들은 홍콩에 있는 수탁사를 통해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에 편입된 채권이 현금화돼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사들은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의 경우 이미 현금화돼 있는 만큼 자금 회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펀드 자금 회수를 위해 홍콩 금융당국에 민원과 소송을 제기하는 등 최대한 환매를 조기에 성사시켜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