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고 야구부 해체 추진에 학부모 반발…"학생 버리나"

포스코교육재단 예산 줄고 학생수 감소에 운영 부담
포스코교육재단 산하 자율형사립고인 포항제철고가 운영 부담을 이유로 야구부를 해체하기로 하자 야구부 선수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3일 포스코교육재단 등에 따르면 포항제철고는 내년부터 야구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2022년에는 해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철고는 매년 학생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운동부 3개를 유지하는 게 학사 운영에 부담된다는 점을 해체 추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 학교는 1986년 체조부를 창단했고 2013년 같은 재단 소속인 포항제철공고가 마이스터고교로 전환하면서 운영하던 야구부와 축구부를 인수해 함께 운영해왔다. 마이스터고는 산업인력 육성을 위해 선정·운영하기 때문에 운동부를 육성하기 어렵다.

포철고는 학생수 감소에 맞춰 한 학년에 13학급을 유지하다가 차츰 줄여 내년에 10학급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운동부 학생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견해다. 학교 측은 3개 운동부 중에 1개를 없애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해왔다.

체조부는 경북에서 유일한 고교팀이고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에 체조팀이 있어 나름대로 연결고리가 강한 편이다.

축구부는 재단 산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축구부가 있고 프로팀인 포항 스틸러스가 있어 이른바 '포항 스틸러스 화수분 축구'의 핵심이다. 이에 비해 야구부는 3개 운동부 가운데 포스코 관계사와 상대적으로 연계성이 낮다.

포스코가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을 줄여 운동부 운영비용 부담을 느낀 것도 야구부 해체 추진의 또 다른 이유다.

포철고 야구부 전신인 포철공고 야구부는 1981년 창단해 1983년 청룡기, 봉황대기,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강민호, 권혁, 신동주 선수를 배출했다.

그러나 야구부 해체 추진에 선수 학부모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고 대안을 마련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학부모 30여명은 3일 오전 포철고 정문 앞에서 야구부 해체에 반대하는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체한다고 하면 우리 애들 진로는 어떡하느냐"며 "일반 학생에게는 수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발표하는 바람에 야구부 학생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운영비의 경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자부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포철고 야구부가 해체하면 포항지역 2개 중학교의 야구부 학생 진로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상당수 중학교 3학년 야구부 선수는 진학할 고교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고는 경북도교육청과 포항교육지원청을 통해 야구부를 맡을 다른 학교를 물색하고 있다.

같은 재단 소속인 포철공고가 다시 야구부를 맡는 방안도 찾고 있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마이스터고에도 운동부를 둘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

박석현 포철고 교장은 "한 학교가 운동부를 3개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서 드물다"며 "체조부나 축구부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야구부를 없앨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학교로 이관하거나 포철공고로 다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해체보다는 연착륙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며 "학부모 대표에게는 최근 얘기했고 야구부 학부모나 다른 일반 학생 학부모, 동창회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