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 청년들의 질문 "무엇이 공정이고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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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분석 저자들 "공정은 청년세대 최후의 희망이자 보루"
"청년들 분노 표면적으로만 봐선 안돼…구체적 청사진 제시해야" "오늘날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는 건 바로 이 시대의 문제를 아는 일이다. "(박원익·조윤호 저 『공정하지 않다』 중)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인국공 사태)를 계기로 청년세대가 또다시 한국사회의 '공정'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집권 초반부터 '과정의 공정함'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내세운 현 정부 들어 공정성에 대한 청년세대의 문제제기가 나온 것은 인국공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 2019년 조국 사태에 이어 올해 인국공 사태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은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청년들은 왜 인국공 사태에 분노하고 공정함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
최근 청년세대를 분석한 책을 펴내 관심을 끈 저자들은 기성세대처럼 '자수성가'가 어려워진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처지, 진보를 표방한 정부의 정책에 절차적 공정성을 당연히 기대하는 시각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좁아진 성공의 문, 서로 다른 출발선…"믿을 건 '룰'의 공정성뿐"
"청년세대에게 공정은 최후의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예요. 태어나자마자 세상이 만들어놓은 레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공정성마저 인정되지 않는다면 평생을 바쳐서 해온 노력, 자신의 희생과 삶, 모든 게 허무해지는 거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본 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정지우 작가는 자수성가를 비롯해 성공의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던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들에게는 단 하나의 획일화된 경쟁만이 주어졌다고 5일 지적했다.
청년세대는 이미 부모의 재력이나 세습으로 경쟁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경기 시작 이후의 규칙만큼은 공정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청년세대가 느끼는 공정에 대한 절박함을 이해하려면 청년을 재단하고 규정짓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은 사회에서 애초부터 '1등 해라.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고 배웠다"며 "인국공 사태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의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공채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 내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제로섬적 사고가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증오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노동시장 환경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안다"며 "하지만 여태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모두가 먹을 수 있는 파이를 늘려주겠다'는 메시지보다는 '네 몫의 파이는 노력해서 챙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놓고 청년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 "'무엇이 더 공정하고 진보적인가' 청년들 질문 던지는 것"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분노는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의 경험으로 우리 사회가 불공정한 구습에서 벗어나 더 진보적인 사회로 나아가자는 합의는 이미 이뤄진 상황에서 무엇이 더 공정하고 더 진보적인 사회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죠."
90년대생들이 원하는 새로운 공정함의 기준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 『공정하지 않다』의 저자 박원익·조윤호 작가는 청년세대의 분노를 표면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노가 가리키는 방향을 어떻게 정치적 변화로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 작가는 "청년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소위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공정성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가 정당하고 대의가 있으니 해야 한다는 식으로 진보적인 일을 추진하는 것 자체만 목표로 생각해선 청년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현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을 시작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큰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면 향후 인천공항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구체적 청사진을 청년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향후 고용을 줄일 것이란 불안이 커지면서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정치권이 청년 지지를 얻기 위해 '로또취업방지법'처럼 분노에 편승하는 행태만 보여선 안 된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건 '저들이 정규직 되는 걸 막아달라'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앞으로도 만들 것이라는 보편적 룰을 제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대의'를 위해 공공기관에 정규직 전환을 지시만 하고 재원이나 재정적 책임은 각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떠넘기고 책임지지 않는 행태도 청년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드는 구조적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청년들 분노 표면적으로만 봐선 안돼…구체적 청사진 제시해야" "오늘날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는 건 바로 이 시대의 문제를 아는 일이다. "(박원익·조윤호 저 『공정하지 않다』 중)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인국공 사태)를 계기로 청년세대가 또다시 한국사회의 '공정'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집권 초반부터 '과정의 공정함'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내세운 현 정부 들어 공정성에 대한 청년세대의 문제제기가 나온 것은 인국공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 2019년 조국 사태에 이어 올해 인국공 사태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은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청년들은 왜 인국공 사태에 분노하고 공정함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
최근 청년세대를 분석한 책을 펴내 관심을 끈 저자들은 기성세대처럼 '자수성가'가 어려워진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처지, 진보를 표방한 정부의 정책에 절차적 공정성을 당연히 기대하는 시각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좁아진 성공의 문, 서로 다른 출발선…"믿을 건 '룰'의 공정성뿐"
"청년세대에게 공정은 최후의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예요. 태어나자마자 세상이 만들어놓은 레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공정성마저 인정되지 않는다면 평생을 바쳐서 해온 노력, 자신의 희생과 삶, 모든 게 허무해지는 거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본 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정지우 작가는 자수성가를 비롯해 성공의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던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들에게는 단 하나의 획일화된 경쟁만이 주어졌다고 5일 지적했다.
청년세대는 이미 부모의 재력이나 세습으로 경쟁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경기 시작 이후의 규칙만큼은 공정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청년세대가 느끼는 공정에 대한 절박함을 이해하려면 청년을 재단하고 규정짓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은 사회에서 애초부터 '1등 해라.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고 배웠다"며 "인국공 사태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의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공채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 내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제로섬적 사고가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증오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노동시장 환경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안다"며 "하지만 여태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모두가 먹을 수 있는 파이를 늘려주겠다'는 메시지보다는 '네 몫의 파이는 노력해서 챙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놓고 청년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 "'무엇이 더 공정하고 진보적인가' 청년들 질문 던지는 것"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분노는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의 경험으로 우리 사회가 불공정한 구습에서 벗어나 더 진보적인 사회로 나아가자는 합의는 이미 이뤄진 상황에서 무엇이 더 공정하고 더 진보적인 사회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죠."
90년대생들이 원하는 새로운 공정함의 기준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 『공정하지 않다』의 저자 박원익·조윤호 작가는 청년세대의 분노를 표면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노가 가리키는 방향을 어떻게 정치적 변화로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 작가는 "청년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소위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공정성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가 정당하고 대의가 있으니 해야 한다는 식으로 진보적인 일을 추진하는 것 자체만 목표로 생각해선 청년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현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을 시작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큰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면 향후 인천공항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구체적 청사진을 청년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향후 고용을 줄일 것이란 불안이 커지면서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정치권이 청년 지지를 얻기 위해 '로또취업방지법'처럼 분노에 편승하는 행태만 보여선 안 된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건 '저들이 정규직 되는 걸 막아달라'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앞으로도 만들 것이라는 보편적 룰을 제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대의'를 위해 공공기관에 정규직 전환을 지시만 하고 재원이나 재정적 책임은 각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떠넘기고 책임지지 않는 행태도 청년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드는 구조적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