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책임진다니까"…택시기사 처벌 청원 50만명 돌파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숨지게 한 택시 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일 만에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경찰은 택시 기사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엄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글은 5일 기준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청원인 김민호씨는 지난달 8일 오후 3시15분께 위중한 상태인 어머니를 구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뒤따라 오던 택시와 구급차가 접촉사고가 났다.
김씨는 “당시 어머니는 더위로 인해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는 등 위중한 상태였지만 택시 기사는 환자의 위중함을 고려하지 않고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 분간 비켜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 어머니는 택시기사가 부른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으나 도착 후 5시간 만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있어나서는 안된다”며 택시 기사에 대한 강한 처벌을 요구했다.
김씨는 지난 4일 방송뉴스에 나와 “해당 기사로부터 사과 전화도 없었다”며 “어머니 장례를 모시고 일주일쯤 뒤 경찰서에 갔는데 택시 기사가 응급차 기사를 폭행죄로 고소해놨더라”고 했다. 이어 “응급차 기사 역시 택시 기사를 업무방해로 고소했다”며 “차 사고까지 총 세 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맡았던 강동경찰서 교통과 외에 강동서 형사과 강력팀 한 곳도 추가 배정했다고 알려졌다. 구급차를 막을 경우 과태료 20만원 이하의 처분이 일반적이지만,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업무방해죄가 적용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경일 변호사는 “블랙박스 영상과 명함 교환만으로 충분히 사고처리가 가능했고 응급환자가 안에 있는 것도 택시 기사가 인지했다”며 “그럼에도 죽으면 책임진다는 말까지 하면서 환자 이송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