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이 두려워한 '감독·팀닥터·대표 선수의 단단한 고리'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 팀닥터, 대표 선수는 금전 문제 의혹까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로 불린 치료사, 대표 선수의 연결고리는 매우 단단했다.상대적인 약자였던 고(故) 최숙희 선수는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3명의 부적절한 연결고리는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 특히 아마추어 종목에서는 감독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최숙희 선수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감독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여기에 고인은 감독만큼이나 무서운 팀닥터와 선배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과 팀닥터, 국가대표 선배에게는 '금전적인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유족이 제공한 녹취에는 팀닥터의 폭행 정황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감독과 팀닥터가 고인을 폭행하며 술을 마시는 장면도 녹취록에 있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간판선수인 선배도 최숙현 선수에게는 무척 두려운 존재였다.고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고소장과 대한체육회 징계신청서에 선배의 폭력에 관해 썼다.

고인은 "감독이 '살고 싶으면 선배에게 가서 빌어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결국 나는 살기 위해 선배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감독, 팀닥터, 선배 선수의 '끈끈한 관계'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다.

하지만 해당 팀닥터는 군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도 맡았다.

팀닥터가 군인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한 건, 경주시청 감독의 추천 때문이었다.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가 만나게 된 계기를 마련한 건 선배 선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가 팀닥터에게 개인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은 인연이, 경주시청 선수단으로 퍼졌다.

경주시청 선수들은 팀닥터가 의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3일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는 금전 문제까지 불렀다.

고인은 생전에 "팀닥터는 2015,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을 하러 갈 당시,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고 돈을 요구했다.

2019년 약 2개월간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는 심리치료비 등 명목으로 고소인에게 130만원을 요구하여 받아 간 사실도 있다"며 "(영향력이 있는) 팀닥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더는 물을 수 없었다.

팀닥터가 요청하는 금액만큼의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인과 고인 가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총액은 1천496만840원이다.

여기에 고인과 유족은 "2017년 (최숙현 선수가) 경주시청 소속일 때 뉴질랜드 전지훈련에 참여한 선수 8명으로부터 돈을 요청해서 받아냈다"고 폭로했다.
선배 선수도 구체적이지 않은 '경비'를 이유로 내세우며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처에 대해서는 고인과 가족에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고인과 고인 가족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천520만4천500원을 선배 선수 명의의 계좌로 보냈다.

선배 선수는 자신과 어머니의 명의로 된 건물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숙소로 쓰게 하며 '월세'도 받았다.

경주시청 감독도 2017년 '항공료' 명목으로 239만3천909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게 했다.

이 돈이 실제 뉴질랜드 전지훈련 항공료로 사용됐는지도 확인할 문제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배 선수는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다.

트라이애슬론 불모지인 한국에서는 영향력이 큰 선수였다.

2018시즌, 2019시즌에도 국내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30대 나이에도 국내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국내 성적이 중요한 감독은 해당 선배 선수를 팀에 묶어 두는 게 절실했다.

감독은 후배의 인권보다 해당 선배의 권위를 지키는 것을 더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단단하게 엮인 3명의 연결 고리 안에서 최숙현 선수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