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탄즈 핵시설 화재로 원심분리기 개발 피해" 시인

"신형 원심분리기 개발 지체…화재 원인은 국가 안보 사안"
'적성국의 사보타주' 의혹 더 커질 듯
2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시설 단지에서 난 화재와 관련,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신형 원심분리기의 개발·생산이 중기적으로 지체될 수 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화재 직후 카말반디 대변인이 내놓은 발표와 내용이 다르다.

그는 당시 "야외에 있는 건축 중인 창고에서 불이 났다.

나탄즈 주요 핵시설에서 이뤄지는 활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라며 우연한 사고에 무게를 둬 발표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날 국영 IRNA통신과 인터뷰에서 "더 많은 신형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불이 난 건물에서 생산될 예정이었다"라며 "계측 장비와 정밀한 설비가 화재로 일부 파괴됐다"라고 시인했다.

이어 "이번 화재로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주요 시설에는 지장이 없다"라고 다시 강조하면서도 "더 크고 더 첨단화한 설비를 갖춘 원심분리기 생산 시설을 재건축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정이 지체되는 손실을 만회하는 작업이 하루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진행 중이다"라며 "안보 관련 기관이 화재의 원인을 알아냈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라 그들이 외부로 공개되기 원치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이 난 건물은 미국이 2018년 5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이틀 뒤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건설을 시작했다"라며 "화재 전까지 이 건물에서 원심분리기 개량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들은 이스라엘과 같은 이란에 적대적인 국가의 정보기관이 벌인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건물이 난 지상시설과 이어진 지하 공간에 있는 원심분리기 관련 시설이 손해를 입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런 서방 언론의 보도가 일부 사실로 드러난 터라 이번 화재가 우연한 사고가 아닌 이란의 적성국이 벌인 계획적 작전일 수 있다는 의혹은 더 커질 전망이다.

화재 직후 피해를 애써 축소하려 했던 이란 정부의 태도도 이런 의혹을 한층 부채질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우리와 반드시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탄즈 핵시설은 2010년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의 공격을 받아 원심분리기 일부가 수개월간 멈추는 피해를 봤다. 당시 이 공격의 배후로 미국,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지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