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 최고석학' 스카우트…올해 석·박사급 1천명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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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2018년 6월 4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분야의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로 영입했다. 세계적인 석학 반열에 오른 승 교수를 끌어들인 것은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2018년 3월 경영 복귀 이후 첫 출장 일정에 캐나다를 넣은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승 교수를 만나 “함께 일하자”고 권유했다.
삼성과 승 교수의 인연은 올 들어 한층 더 깊어졌다. 삼성전자는 영입 2년여 만인 지난달 24일 승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내정했다. 앞으로 승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15개 연구개발(R&D) 센터, 7개 AI센터 등을 총괄하게 된다.
○S급 인재 끌어모으는 삼성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하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그룹 총수까지 나서 영입을 타진한다. 요즘 같은 AI 시대엔 인재의 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승 소장은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뉴 삼성 비전’을 발표하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이뤄진 첫 CEO 영입 사례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중용한 거물은 승 교수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엔 AI 프로세서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인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펠로’로 영입했다. 펠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직급이다. 위 교수는 2013년 비행 곤충 로봇인 ‘로보비’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다. 현재 위 펠로는 삼성리서치에서 인공신경망 기반 차세대 프로세서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다.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장우승 전무도 비슷한 시기에 삼성에 영입됐다. 그는 무선사업부에서 빅데이터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장 전무는 미국 미주리대 산업공학 교수를 지냈고 아마존에서도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의료로봇연구단장을 지낸 강성철 전무 역시 삼성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삼성전자 전무로 영입돼 로봇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인 윌리엄 김 무선사업부 리테일·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전 올세인츠 대표), 디자인 전문가인 민승재 디자인경영센터 상무(전 폭스바겐 미국 디자인센터 총괄디자이너) 등도 삼성전자가 공을 들여 영입한 S급 인재로 꼽힌다.
○올해도 석·박사급 1000명 영입
삼성전자의 주된 타깃은 석·박사급 인재다. 올해 AI,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사업 분야에서 총 1000명의 석·박사 인력을 채용한다. 이미 상반기 중 500여 명의 채용 절차가 마무리됐다. 삼성전자가 한 해에 1000명 안팎의 석·박사를 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준비하는 신사업들이 다양하다”며 “AI, 빅데이터 등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해당 기술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촘촘한 교육 프로그램을 거치고 나면 B급 인재가 A급으로, A급 인재가 S급으로 바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교육 프로그램은 ‘코어’, ‘리더십’, ‘엑스퍼타이즈’ 등으로 나눈다. 코어 프로그램은 새로 삼성에 합류한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교육이다. 삼성의 가치와 문화 조직의 전략방향 등을 배울 수 있다. 리더십 프로그램은 차세대 관리자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리더십 함양이 목적이다. 직급이나 직무에 따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삼성전자가 역점을 두는 교육 과정은 엑스퍼타이즈 프로그램이다.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목적이다. 임직원들이 자신의 직무에서 최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R&D, 마케팅, 판매, 서비스, 물류, 구매, 제조, 경영지원 등 8개 직군으로 임직원을 분류한 후 각각 다른 교육을 받게 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