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주년…아리랑TV '참전국 대사들이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 묵직한 울림

아리랑TV 방송, 한국전쟁 발발 70년 특집 방송
(왼쪽부터) 모세 초머 헝가리 대사, 스테판 아우어 독일 대사, 구스타브 슬라메츠카 체코 대사 /사진=아리랑TV
아리랑TV 한국전쟁 발발 70년 특집 3부작 '참전국 대사들이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The Diplomats Talk on the Korean War & Peace)'가 참신한 기획과 진귀한 자료들을 공개했다.

지난 6월 23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참전국 대사들이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는 방송 사상 최초로 북한 의료지원국 포함 한국전쟁 참전국 20개국 대사들이 프리젠터로 등장하여 자국의 참전사를 소개하는 옴니버스 세미 다큐멘터리다.이 프로그램이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한국전쟁 참전국 20개국 대사들이 70년 전 자국 젊은이들의 피로 쓰여진 한국전쟁의 역사를 소환하면서 자국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절대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게 해선 안된다며 강력한 반전평화 메시지를 남과 북에 동시에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 받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사회의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로 인해 학계에서도 조심스럽게 다뤘던 ‘북한 의료지원국’을 방송 사상 최초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1부에 등장하는 초머 모세(CSOMA Mózes) 주한 헝가리 대사는 “헝가리는 1948년 북한과 체결한 수교가 유지되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당시 북한 주재 헝가리 대사의 보고를 통해 북한의 참상을 알 수 있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의료지원 배경과 전쟁고아 수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대사이자 한국학 학자로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남과 북이 한국인으로서의 공통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남북 통일의 우선 과제로 민족간의 동질성 회복을 주문했다.

2부에 등장하는 스테판 아우어(Stephan AUER) 주한 독일 대사는 한국전쟁 당시 동서로 분단되어 북한과 남한을 각기 의료지원했던 자국 분단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분단국이라는 공통의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분단국으로서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그 누구 보다 진정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역사가 있었기에 이웃국가와의 신뢰를 쌓아야 했고 통일된 독일이 더이상 공격을 하지 않고 유럽의 중심에서 지배적인 영향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웃국가들에게 설득해야 했다”면서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가 독일연방공화국 총리가 되어 주변국들과 조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스테판 아우어 대사는 “당시 동독은 서독이 독일을 대표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어렵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독일 통일의 과정과 핵심 정책을 설명하며 “진심을 다해서 한국의 친구들이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통일과 평화와 자유를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남북 평화통일을 간절히 기원했다.

오는 7월 7일 방송하는 3부에는 한국전쟁 당시 동구권에서 북한을 의료지원했던 불가리아, 폴란드, 체코 대사들이 등장하여 희귀한 역사적 사료와 사진들을 제시하며 자국의 북한 의료지원 결정 배경과 당시 한국전쟁으로 인한 북한의 전쟁 참상을 소개하며 전쟁의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더디더라도 대화가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페트코 드라가노프(Petko Draganov) 주한 불가리아 대사는 “한국전쟁은 냉전의 폭발이었다”며 “당시 북한은 소위 사회주의 국가 동맹의 일부였기 때문에 당시 공산주의 정부에 의해 북한을 도와주자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대다수의 불가리아 국민들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북한 사람들을 동정하며 북한으로 보낼 옷과 식량을 자발적으로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으로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약 160여명의 의료진이 북한으로 갔는데, 그 중 폭격으로 사망한 의사도 있었다“며 “한국전쟁은 많은 희생자와 고아들을 남긴 비극적인 일이었기에 전쟁의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강도했다.

또 “70년 전 수백만 명의 희생에 대한 유일한 헌사는 평화와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해결하는 것이다”라며 “불가리아는 그 고귀한 목표를 향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페트코 드라가노프 불가리아 대사, 피오트르 폴란드 대사/사진=아리랑TV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Piotr OSTASZEWSKI) 주한 폴란드 대사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폴란드 국민들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며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으로 6백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독일과 소비에트 연방의 침공으로 주권을 잃은 뒤 소비에트 연방의 속국이 된 상태여서 굉장히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과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북한 전쟁고아들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의 갈등은 여전히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며 “이성적인 해결책으로 어떻게 전쟁을 끝낼 것인가, 어떻게 평화협정에 서명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는 남북 두 정부에 달려 있다”며 “대화는 항상 강조되어야 하며 대화에는 어떤 단계가 필요하지 않으며, 상황이 더뎌질수록 대화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모든 국가의 평화와 평화로운 공존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면서 인류의 평화 공존을 위한 세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스타브 슬라메츠카(Gustav SLAMEÈKA) 주한 체코 대사는 “한국전쟁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와 북한의 관계는 지금 시대의 프리즘으로 꿰뚫어봐야 한다”며 “정전협정 체결 주요 전제조건 중 하나였던 중립국감독위원회((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 회원국의 조건은 당시 한국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하지 않은 중립국이었는데, 북한은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를 남한은 스위스와 스웨덴을 선정해서 체코슬로바키아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원국으로서 남북 양국이 정전협정을 위반하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되어 있고 주변의 강대국들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남북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다자주의를 채택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의료지원국이었으나 이제는 한국과 수교국인 동구권 3국 대사들이 남과 북에 동시에 던지는 반전평화 메시지는 한국전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한편 70년 전에는 냉전논리에 의해 진영을 갈랐지만 이제는 세계평화를 위해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는 진정어린 충고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3부에서는 북한 의료지원국 뿐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 남한을 돕기 위해 전투부대를 파병했던 콜롬비아와 남한 의료지원국 노르웨이와 이탈리아 대사가 등장하여 여전히 분단 상태인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2018년 시작된 남북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해 남북이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Juan Carlos CAIZA ROSERO) 주한 콜롬비아 대사는 “한국전쟁 발발 70년 후 콜롬비아인들은 왜 우리가 참전해야 했는지 묻는다”면서 “한국전쟁과 같은 고통스러운 역사의 사건을 반복하지 않도록 서로의 다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고 연대해야 한다”며 그 일례로 “한국전쟁 당시 적대관계였지만 콜롬비아와 중국은 이제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2018년 시작되었던 대화가 계속 되어야 한다”며 남북 정부의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프로데 솔베르그(Frode SOLBERG)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휴전협정 체결하던 날 생일이었던 미군 병사가 휴전협정이 체결되자 너무도 기쁜 나머지 벙커 밖으로 뛰쳐나와 ‘이제는 평화가 찾아왔다’며 외치다가 반대편에서 쏜 기관총에 의해 전사한 사연을 소개하며 “우리는 끔찍한 전쟁 행위와 미래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 그 중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화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페데리코 파일라(Federico FAILLA)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이탈리아는 항상 대화를 지지해왔고, 대화가 군사적 해결책 이상의 힘을 지닌다고 믿고 있다”며 “남북이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즉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양국 정부에게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한국전쟁 참전국 20개국 대사들이 남과 북에 동시에 던지는 반전평화 메시지를 담은 아리랑TV 한국전쟁 발발 70년 특집 3부작 ‘참전국 대사들이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The Diplomats Talk on the Korean War & Peace)‘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3부는 오는 7일 오전 9시에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로 방송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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