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 과학자들 "공기로도 코로나 감염…예방수칙 수정해야"

238명, WHO에 공개 서한
"실내에서 에어로졸 통해 전파"
질본 "밀폐장소서 접촉 피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공기 중의 미세 입자(에어로졸)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또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32개국 과학자 238명이 세계보건기구(WHO)에 공개 서한을 보내 코로나19가 공기로도 감염될 수 있다며 예방 수칙을 수정하라고 촉구했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번주 안에 과학 저널에 서한을 게재할 계획이다.

WHO는 아직도 코로나19가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방출하는 침방울에 의해 전염된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크기 5㎛(1㎛=100만분의 1m) 이하의 에어로졸에 의한 전염은 의료 시술 등 특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베네데타 알레그란치 WHO 감염통제국장은 “공기 감염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가 없고 논란만 있다”며 “만약 에어로졸 감염이 이뤄졌다면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훨씬 많았을 테고, 확산 역시 더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WHO 자문위원을 포함해 20여 명의 과학자를 인터뷰하고 내부 서신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침방울 크기와 관계없이 전염되고, 호흡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크기가 비교적 큰 침방울은 방출 직후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나 입자가 작은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수시간 떠있을 수 있다. 환자에게서 나온 침방울이 잘게 쪼개져 에어로졸이 될 수 있고, 숨을 쉴 때도 에어로졸이 방출될 수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6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에어로졸 전파 여부는 추가 연구를 통해 더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밀폐되고 밀집된 곳에서 장시간 접촉하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는 예방법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미 국립보건원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상태로 3시간 이상 공기 중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던 지난 2월에는 상하이시 보건당국이 에어로졸을 통한 확산을 인정하기도 했다.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하면 에어로졸 대량 배출이나 흡입에 따른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