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것' 때문에…900만원 더 써도 1년 기다려 산다

[이슈+] 테슬라, 한국 판매 껑충 왜?

▽ 테슬라, 6월 수입차 판매 '獨3사' 이어 4위로
▽ FSD 완전자율주행 기능, 900만원에 판매
▽ 오토파일럿·자율주행 기술이 핵심 경쟁력
테슬라 모델3는 지난 6월 2827대가 판매됐다. 사진=테슬라코리아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권모씨는 자녀 계획을 감안해 최근 테슬라 모델S를 계약했다. 차를 받으려면 약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 받았지만, 800만원 가량의 추가금을 지불해야 하는 옵션이 권씨의 마음을 잡았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에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슈퍼 루키로 떠올랐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7079대의 차량을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2대에 비해 1677%에 달하는 급성장을 이룬 것이다. 상반기 수입차 브랜드 순위도 5위에 올랐다. 위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뿐이다.6월을 기준으로 하면 테슬라의 순위는 폭스바겐을 제친 4위로 한 단계 더 높아진다. 점점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테슬라는 6월 국내에 2827대의 차량을 팔았는데, 모델3가 2812대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출고되는 모델3는 대부분 약 3년 전 차량 발표와 함께 계약한 이들의 차량이다. 현재도 테슬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이어지기에 향후에도 판매량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전기차로 유명하지만, 전기차인 것이 인기 요인은 아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줄어들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은 많은 운전자들에게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며칠에 한 번씩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충전은 여전히 불편한 일이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전기차의 매력은 크지 않다.
테슬라 차량이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 사물과 표지판 등을 인식하는 모습.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국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둔 비결은 자율주행기술에 있다. 테슬라 차량은 차로유지보조,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기능이 담긴 '오토파일럿'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이를 통해 고속도로 등에서 잠시 손을 놓아도 안전한 주행 가능한 반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다.더 강화된 자율주행 기능은 추가금을 내고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테슬라는 FSD(Full Self Driving)라는 이름의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900만원에 판매한다. 차량을 계약하면서 선택할 수 있고, 사후에 추가금을 지불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권씨가 차를 계약한 지난달까지는 771만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미국 가격이 1000달러 인상되며 국내가도 904만원으로 높아졌다. 권씨는 "테슬라는 차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FSD가 아니었다면 테슬라를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능 FSD이 작동하는 모습. 사진=테슬라
FSD는 오토파일럿에 추가로 고속도로 진·출입과 차량 추월 등을 하는 NOA, 자동 차로변경, 자동 주차, 차량 호출(스마트 서몬)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가령 고속도로에서 앞 차가 느리게 달린다면 차량이 스스로 비어있는 옆 차선을 찾아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가속하며 차로를 변경한다. 불안해할 운전자를 위해 디지털 클러스터나 메인 디스플레이에서는 주변 차량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줘 차량이 정상적으로 운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미국에서는 신호등과 표지판을 인식한 시내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며, 지속적인 개량이 이뤄질 예정이다. 테슬라는 FSD 가격이 오르더라도 기존 구입한 고객들에게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면 이 역시 무료로 지원한다. 지난해에도 2.5세대 오토파일럿이 탑재된 차량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3세대 모델(FSD 지원)로 무상 교체해줬다. 일론 머스크는 FSD 기능이 완성되면 최대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 모델3 실내 모습. 사진=테슬라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도로 주행 데이터도 지속 수집하고 있다. 테슬라는 FSD를 선택하지 않은 차량에도 8대의 카메라와 12개의 초음파 센서 등 FSD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모두 탑재해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지난 2월 기준 오토파일럿만 30억 마일(약 48억km)에 달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정KPMG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올해 8조5000억원에서 2035년 1334조원으로 약 15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 규모만 따져도 올해 1509억원에서 2035년 26조1794억원으로 연평균 40% 성장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도 이달부터 레벨3 수준의 부분자율주행차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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