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택시기사, 입사 한달도 안 된 30살

사고 발생 2주 뒤 퇴사…사유는 '건강상 이유'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접촉사고 처리를 이유로 구급차를 막아 응급 환자 이송을 지연시킨 택시기사가 입사 3주차였던 30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6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에서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는 1989년생 최모 씨다. 그는 지난 5월15일 서울 강동구에 차고지를 둔 A교통에 입사했지만 입사 한달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하지만 그는 사고 발생 2주 뒤인 지난 22일 퇴사했다. 퇴직 사유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A교통 관계자는 "최 씨가 젊지만 수년 간 버스 무사고 운전 경력이 있어 채용했다"며 "엄청난 사건에 우리 회사가 연루됐다는 걸 지난 주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사고 2주 뒤 최씨가 돌연 퇴사하겠다며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며 "혹여 코로나19 감염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을 뿐, 이런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보도에 따르면 A교통은 경찰 수사 착수 이후 최 씨에게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애썼지만, 최 씨는 현재 연락두절인 것으로 전해진다. A교통은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사고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7일 오전 10시30분 현재 60만3472명이 동참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 사건은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응급 환자의 아들이 작성한 이 청원은 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60만3472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시작 4일 만에 청와대의 답변 요건인 20만을 훌쩍 넘어섰다.작성자는 "당시 어머님의 호흡이 옅고 통증이 심해 응급실에 가려고 사설 응급차를 불렀다"며 "가고 있는 도중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다 영업용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응급차 기사분이 내려서 택시기사에게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셔드리고 사건을 해결해드리겠다'고 했다"며 "그러자 기사는 '사건 처리를 먼저 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응급차 기사가 재차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지만 기사는 반말로 '지금 사건 처리가 먼저지 어딜 가느냐,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고 했다.이어 "기사는 응급차 기사에게 '저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을 켜고 빨리 가려고 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며 "심지어 응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는 5시간 만에 사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