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깜짝 실적 이끈 이재용 리더십

위기 때 마다 현장경영으로 임직원 독려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 5월 중국을 찾았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코로나19 검사만 세 번을 받았다. 출국 전 건강상태 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한 차례, 중국 입국과 귀국 직후에도 각각 한 차례씩 검사를 거쳤다.

이 부회장이 번거로움을 무릎쓰고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시안 공장이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반도체 생산기지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중장기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이 부회장 밖에 없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난 2분기 시장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8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부회장이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전방위적인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위기 대응의 ‘선봉’ 역할을 자처한 것이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각 사업부문의 현장을 모두 점검했다. 2분기만 따져도 △천안 삼성SDI 사업장 방문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현장점검 △화성 반도체연구소 미래전략 간담회 △수원 생활가전사업 경영진 간담회 △삼성디스플레이 현장점검 △천안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 방문 등의 일정을 숨 가쁘게 소화했다. 삼성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되면 기존에 짜 놓은 사업전략이 무용지물이 된다”며 “갈팡질팡하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다잡는 총수의 리더십이 한층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계속 현장을 지킬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말부터 시작된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경우 이 부회장은 매주 재판정에 서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이 이뤄진 2017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시 이 부회장은 4개월여 동안 53차례 재판에 불려갔다. 재판에 소요된 시간도 하루 평균 9시간에 달했다.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저널(WSJ)은 “지난 3년간 이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신성장 분야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부족했다”고 보도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