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부양책의 힘…"창궐·경기침체에도 빈곤 줄었다"

미 연구진 "현금 살포·실직급여에 가계소득 증가"
실업률 10년전 금융위기 상회해도 '더 먹고살만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덕에 취약계층의 생계 타격이 과거보다 작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노트르담대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지만, 빈곤 수준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미국 내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 4월과 5월에도 빈곤율이 다소 떨어졌으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이어져 온 빈곤율 감소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 '종종' 또는 '흔히' 식량 여분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미국인의 비율이 2%나 증가하는 등 경기침체의 악영향이 뚜렷하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빈곤의 양상은 달라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정부의 '슈퍼부양책'이 빈곤율을 떨어뜨리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지난 3월 2조2천억달러(약 2천7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 법안을 마련했다.
연 소득 7만5천달러(약 9천만원) 이하 성인에게 1천200달러(약 143만원)짜리 수표를 지급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이들에게는 기존 실업급여 외에 주당 600달러(약 71만원)의 실직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된 경기부양책의 2배 규모다.

연구진은 주로 경기침체 때 가계소득이 줄어 빈곤율 악화로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실업급여 외에 지급되는 실직 수당 등으로 인해 올해 가계 가처분소득이 약 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빈곤율을 높이는 주요 요소인 실업률도 점차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빈곤율 감소가 경제여건 개선이나 정부의 추가 지원과 관계없이 저절로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직급여가 오는 7월 말 중단되고, 하반기까지 실업률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빈곤율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연구진은 미국 성인의 6%는 은행 계좌 미개설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불법 이민자도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부양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