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아끼려고?"…'타투타' 빠진 카뱅 오픈뱅킹

'타행→타행' 이체 서비스 미도입
은행권 "수수료 줄이기 위한 꼼수" 지적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7일 '오픈뱅킹(open banking)'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18일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된 지 6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오픈뱅킹의 주요기능인 '타투타'(타행 계좌에서 타행 계좌로 이체)가 빠지면서 '반쪽짜리 오픈뱅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 앱으로 다른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모바일 은행 서비스는 거래 은행 수만큼 앱이 필요했다. 3개 은행 계좌를 갖고 있으면 3개의 앱, 5개 은행 계좌는 5개 앱이다.

지난해 12월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되면서 소비자들은 거래 은행 수만큼 앱을 깔지 않아도 됐다. 편리한 하나의 은행 앱을 통해 타행의 입출금 이체, 잔액·거래내역·계좌실명·송금인 정보 조회 업무 등이 가능해졌다.

금융결제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오픈뱅킹 도입실태'에 따르면 오픈뱅킹 사용자들이 지난 6개월간 잔액조회(84.5%·은행권)와 출금이체(82.5%·핀테크) 서비스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타투타는 오픈뱅킹 출금이체의 한 방식이다. A은행 앱에 접속해 B은행 계좌의 돈을 C은행 또는 D은행 등으로 송금할 수 있는 것이다. B은행 앱에 접속하지 않고도 입출금 이체가 가능한 오픈뱅킹의 주요 기능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 타투타는 반가운 서비스는 아니다. 자사 은행 앱을 사용하는 걸 제외하면 사실상 타행 서비스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수료만 부담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하다.

가령 A은행 앱에 접속해 B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가져올 경우 A은행은 B은행에 50원의 수수료를 줘야한다. A은행 계좌의 돈을 B은행으로 송금할 때는 40원의 수수료가 필요하다. 돈을 가져올 때는 건당 50원, 보낼 때는 건당 40원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타투타는 A은행 앱에 접속해 B은행 계좌에서 C은행 계좌로 돈이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에도 총 90원의 수수료가 든다. B은행에서 C은행으로 돈이 직접 전달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B은행→A은행→C은행'의 순서로 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A은행 입장에서는 예수금이 쌓이는 것도 아닌데 자사 앱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건당 90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오픈뱅킹 도입으로 소비자 이탈을 우려하는 시중은행들은 건당 9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타투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지난해 12월부터 타투타를 서비스하고 있다.

반면 카뱅은 타행 계좌의 돈을 카뱅 계좌로 가져오는 서비스만 도입했다. 카뱅 앱에서 B은행 계좌의 돈을 C은행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카뱅 계좌로 한 번 이체한 뒤 다시 한 번 C은행 계좌로 보내야 한다. 카뱅 측은 자사 계좌로 집중하기 위한 선택일 뿐 기술이나 수수료 절감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뱅 관계자는 "오픈뱅킹 기능의 안정적인 구현을 확인한 뒤 타투타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진우/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