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향?…음원시장서 드라마 OST 초강세

지니뮤직 '상반기 음원 톱 100'

OST 18곡 포진…작년의 4.5배
'슬의생' 5곡·'사랑의 불시착' 4곡
'집콕'으로 드라마 영향력 커져
신곡 발표가 줄어든 것도 원인
가수 장범준이 부른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삽입곡)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거야’는 지난해 8월 음원차트 60위권으로 출발했다. 한 달여 후 1위로 역주행에 성공하더니 올 들어서도 음원차트 상위 10위권을 붙박이처럼 지켰다.

국내 2위 음원플랫폼 지니뮤직이 올 상반기(1~6월) 음원 누적 조회수를 집계한 결과 이 곡은 3위에 올랐다. 이는 지금까지 상반기 누적 조회수에서 OST 최고 순위다. 달콤한 사랑의 노래를 흥얼거리기 쉬운 단순한 멜로디와 후렴구로 들려준 게 주효했다.

8일 지니뮤직이 올 상반기 음원 조회수 순위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 드라마 OST가 상위 100위권에 18곡 포함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곡이 들어 있던 것에 비해 4.5배 증가한 것이다. ‘톱10’에는 3곡이 올라 지난해 상반기 1곡보다 2곡이 늘었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거야’에 이어 배우 조정석이 부른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아로하’가 6위, 가수 가호가 부른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 ‘시작’이 7위에 올랐다.2001년 발표된 쿨의 노래를 19년 만에 리메이크한 ‘아로하’는 드라마 속 조정석의 인상 깊은 연기와 겹쳐지며 지니뮤직 일간차트에서 16일간 1위를 달렸다. ‘시작’은 드라마 주인공 박새로이의 복수와 성공을 향한 다짐을 견고한 록 리듬으로 들려줘 인기를 모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는 5곡이나 100위권에 진입했다. ‘아로하’에 이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30위),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67위), ‘내 눈물 모아’(75위), ‘화려하지 않은 고백’(91위)이 뒤를 이었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도 4곡이 100위권에 들었다. ‘마음을 드려요’(11위)와 ‘다시 난 여기’(15위), ‘어떤 날엔’(53위), ‘둘만의 세상으로 가’(57위) 등이다.

드라마 OST의 강점은 드라마의 영상을 회상하며 감상한다는 데 있다. 드라마 OST는 반복 청취하는 음원 소비가 많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곡은 드물어도 장기간 스테디셀러로 입지를 구축해왔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스테디셀러에서 베스트셀러 반열로 뛰어올랐다는 분석이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음원시장이 큰 변화를 겪었다”며 “드라마 OST의 대약진은 근래 볼 수 없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 활동이 줄고 집콕 생활이 많아지면서 TV드라마의 영향이 커졌다”며 “드라마 OST도 자연스럽게 음원 강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음악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상반기 신곡 발표 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25%가량 줄어든 것도 OST 선전의 이유로 꼽는다. 정규 앨범의 신곡 대신 OST나 옛 곡을 반복해 청취하면서 ‘레트로 열풍’이 일어난 게 대표적이다. 상반기 ‘톱10’ 곡 중 지난해 발표된 곡이 무려 7곡이나 된다. ‘아로하’도 리메이크곡으로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자극해 인기를 얻었다. 방송가에 트로트 열풍이 불고, 10년 전 출시된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가 새삼 인기를 얻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신나고 들뜬 분위기의 댄스곡이 줄어든 것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톱100’에 진입한 댄스 장르 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5곡보다 40% 줄어든 9곡이었다. 남자그룹의 댄스곡은 방탄소년단의 ‘봄날’만 99위에 올랐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