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표 손석희는 왜 끊임없이 김웅·조주빈 등에게 협박당해야 했나

'손석희 공갈미수' 김웅 1심서 징역 6개월
법정구속된 김웅, 판결 직후 "항소하겠다"
손석희, n번방 조주빈에 2천만원 입금 재조명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손석희 씨가 외진 곳에 가서 뭘했든 우리가 알 필요가 있을까? 그게 누구한테 피해를 준건가? 범죄의 정황도 없는데."

"풍문 수준의 소문일 뿐이면 정권도 두렵지 않았던 언론사 대표인 손석희 씨가 왜 협박범에게 끌려다니고 n번방 조주빈에게 입금까지 했던 걸까요?" (포털사이트 네티즌 반응)프리랜서 기자 김웅(50) 씨가 과거 과천 주차장에서의 차량 접촉사고 등을 기사화하겠다며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에게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끝에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손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며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해볼 때 피고인에게 공갈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8년 8월 주차장 사건에 대한 소문을 들은 뒤 피해자에게 연락해 '기사화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해달라'고 말했고, 피해자가 개인 돈으로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피해자를 만나 채용 절차를 물었다"고 설명했다.이어 "채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자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며 취업 문제 해결을 요구하거나, 2019년 1월 피해자를 만나 '선배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복수하겠다. 상왕의 목을 잘라 조선일보에 가져가겠다'고 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했다.

앞서 김씨 측은 "손 대표는 보도 담당 사장으로 채용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공갈 상대방이 될 수 없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발언과 메시지로 외포심(공포심)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언론인으로, 주차장 사건이나 폭행 사건 보도시 명예에 큰 흠이 갈 것이 분명하게 예상됐다"며 "증거조사한 자료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시 인력 채용과 관련된 지위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재판부는 "협박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피해자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협박했음에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며 지속적으로 동승자 문제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언급해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손 대표가 주차장 사고 기사화를 막기 위해 JTBC 작가직을 제안했고 이를 거절하자 폭행했다고 주장했으며 반면 손 대표는 김 씨가 지난 2017년 과천에서의 접촉사고를 빌미로 채용 청탁을 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김 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17년 4월16일 심야 시간에 손 사장이 경기도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에서 접촉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은 결국 텔레그램 n번방의 조주빈과 연결고리가 된다.

지난 4월 구속된 조주빈은 얼굴이 공개된 공개석상에서 "손석희 사장과 김웅 기자, 윤장현 시장에게 미안하다"고 작정한 듯 말문을 열었다.

이를 통해 손 대표가 조 씨에게 협박을 받다가 끝내 2천만원의 거액을 입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대상이 됐다.

JTBC 측은 "조씨는 손 대표에게 '김 씨가 손 대표 및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K씨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된 텔레그램 문자 내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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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조 씨의 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서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도 진본인 줄 알 정도였다"며 "이 때문에 한동안 손석희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와 별개로 손 사장은 아무리 김 씨와 분쟁 중이라도 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워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다. 이에 조씨는 금품을 요구했고,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손 사장이 이에 응한 사실이 있다"며 "그러나 조씨는 결국 요구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고 잠적한 후 검거됐다. 흥신소 사장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조주빈이라는 것은 검거 후 경찰을 통해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대표가 협박범과 돈으로 협상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논란이 됐다.

손 대표는 회사측 입장문 발표와 별개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테러 위협을 받았으면서도 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조주빈의 금품요구에 응했느냐’는 질문에 "조주빈이 김 기자와 친분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면서 ‘김웅 뒤에 삼성이 있다’는 식의 위협을 했다"고 다시 해명했다.
이어 "이들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신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는 내용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한창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이 거세지던 때 삼성이 자신이 성신여대 교수 재직 시절 비슷한 의혹이 있었는지에 대해 뒷조사 했고, 최근에는 자택에 낯선 남자가 침입하는 등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김 기자와 법정 공방을 펼치던 중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어떠한 증거를 잡으려 돈을 건넸다는 식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같은 손 대표의 해명에 대해 "삼성이 정말 배후에 있었고 협박까지 당했다면 손 대표가 신고는 물론 보도도 했을 것 아닌가"라며 "손 대표의 해명은 객관적 사실이나 전후 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을 거론하면서 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한편 법정구속된 김 씨는 판결 직후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