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남편 의식불명인데 쿠팡 측은 연락도 없어"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피해 노동자들 국회서 증언대회…첫 산재 신청도
택배노조 "택배기사 또 과로사…코로나19 이후 물량 급증 심각"
"피해자가 152명이나 나왔고 남편은 의식불명인데 쿠팡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가적 재난이고 자기들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집단감염 피해직원으로 이뤄진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모임' 등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집단 감염 피해 사례를 증언하고 쿠팡 측의 대응 실태를 비판했다.

지난 5월 23일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부천물류센터와 관련해 15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사태 초기 쿠팡 측은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직원들을 출근시켰고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 "이태원을 방문한 학원강사의 거짓말로 초기 대응이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피해노동자모임 고건 대표는 "물류센터 집단감염으로 직원들이 육체적·물질적·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는데도 쿠팡 측에서는 보상은커녕 방역내용이나 조치 예정 사항 같은 필수적인 사항도 알려주고 있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직원 A씨는 "가족까지 저한테서 옮아 지금 남편이 의식불명에 빠져 있는데 쿠팡 측은 사과 한마디 없다.

5월 23일 첫 확진자가 나왔는데 25일까지 출근시키기도 했다"며 "꼭 책임자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A씨는 "노동력을 제공한다고 했지 가족들의 목숨까지 담보로 제공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눈물을 보였다.

직원 B씨는 "쿠팡 측은 직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을 해 피해가 커졌다고 하는데, 물류센터에서는 한 시간만 일해도 마스크가 다 젖는다"며 "그래서 마스크 안에 필터를 두 장씩 넣고 한시도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는데도 감염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천물류센터는 현재 통근버스에 발열 감지 인력도 없고, 출근 인원들이 직접 청소 및 정리 작업을 했다"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근을 시켜 개인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피해노동자모임은 "피해 직원들과 함께 쿠팡 측으로부터 근로환경 개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피해 직원과 가족들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받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노동자모임은 또 쿠팡 부천물류센터에 근무하다 코로나19 감염 피해를 본 노동자 중 1명이 이날 처음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물류센터 내 집단감염이 1∼2명으로부터 시작됐더라도 반복 노출을 통해 회사 안에서 전파됐을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이는 업무를 수행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 코로나로 택배 물량 급증…"올해만 택배노동자 세명째 과로사"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복되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답을 내놓아라"고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CJ대한통운 경남 김해터미널 진례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서모씨가 근무 중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응급실로 옮겨진 뒤 수술까지 받았으나 이달 초 숨졌다.

노조는 "평소 건강하던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지난 3월 쿠팡 택배 노동자, 5월 CJ대한통운 광주 택배노동자에 이어 올해만 벌써 3번째 사망사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휴식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급증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며 "택배 노동자의 계속된 죽음 앞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와 택배회사는 고인의 죽음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측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사업장에 혈압측정기를 설치하는 등 자가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택배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