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들도 인간처럼 '방관자 효과'…방관이 또다른 방관 낳아

방관하는 쥐 옆에 있을 때 혼자일 때보다 동료 쥐 도울 가능성 작아
쥐들은 곤경에 빠진 다른 쥐를 도울 줄 알지만 주변에 도움을 주지않고 방관하는 다른 쥐와 함께 있을 때는 도움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쥐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방관자 효과'(bystander)를 갖는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신경생물학 교수 페기 메이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방관자 효과 실험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방관자 효과는 1964년 뉴욕 퀸즈 주택가에서 캐서린 키티 제노비스가 주변에 목격자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강도살해되는 사건에서 유래된 심리학 용어로,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나서지 않아도…'라는 생각으로 '책임 분산'이 이뤄져 곤경에 처한 사람을 덜 돕는 현상을 나타낸다. 쥐들은 지난 2011년 연구에서 덫(trap)에 갇힌 다른 쥐를 지속해서 풀어주고 초콜릿 먹이까지 나눠주는 등 공감 능력에 따른 행동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후속 연구에서는 항불안제를 투여한 쥐는 동료 쥐의 불안을 느끼지 않아 덫에 갇힌 동료 쥐를 풀어줄 가능성이 작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메이슨 박사 연구팀은 이런 기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쥐들이 인간처럼 방관자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쥐에게 항불안제를 투여해 곤경에 빠진 동료 쥐를 돕지 않는 '방관자'가 되게 한 뒤 실험대상 쥐가 덫에 갇힌 쥐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이 쥐는 덫에 갇힌 쥐를 방관하는 다른 쥐가 있을 때 혼자 있을 때보다 도움에 나설 가능성이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관하는 쥐가 도움에 나서려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항불안제를 투여하지 않는 쥐들과 함께 있을 때는 방관자 효과와는 반대로 혼자 있을 때보다 도움 주기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슨 박사는 "혼자 있는 것보다 반응하지 않는 청중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나쁘다"면서 "마치 쥐가 자신에게 '어제 도와줬는데 다른 쥐들은 관심도 없었어. 다시는 도와주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도움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개체의 성향이나 도덕성보다는 상황에 달려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 사회에도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