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성과급도 퇴직금에 반영하라" 발전公기업 줄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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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노조, 120억 반환訴 제기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6곳의 발전 자회사가 노조원 및 퇴직자들로부터 ‘퇴직금을 추가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줄줄이 당하고 있다. 대법원이 2018년 10월 기존 판례를 뒤집으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도 퇴직금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데 따른 ‘후유증’이다. 경영평가 결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모든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자칫 12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이 모조리 ‘퇴직금 소송 대란’에 휘말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전 240억, 자회사 5곳은 72억
소송 참여인원 1만4000여명 달해
오락가락 대법원이 불 질러
고정성 인정 않더니 판결 뒤집어
129곳 공기관으로 소송 번질 수도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소송 줄이어
9일 한수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수원 근로자 및 퇴직자 3900여 명은 한수원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이 반영돼 있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빠진 퇴직금을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청구 금액은 1인당 평균 200만~300만원으로, 총액은 12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수원 노조는 지난 5월 12~22일 소송을 낼 의향이 있는 신청자를 받았다.퇴직금 소송이 걸린 것은 한수원만이 아니다. 작년 말부터 이미 한국전력과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을 대상으로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 참여 인원은 이번 한수원 원고를 합쳐 모두 1만4210명이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대상자 중에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인원이 있어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전 및 발전 자회사를 대상으로 퇴직금 청구 소송이 줄을 잇게 된 계기는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한국감정원 근로자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도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1998년 이후 수차례 “경영평가 성과급은 지급이 불확정적이라 평균임금에 들어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던 기존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경영평가 성과급도 퇴직금 산정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지급 대상과 조건 등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평가 개선해야”
정부 안팎에선 노조원들의 퇴직금 소송이 공공기관 전반으로 번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2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이 모두 경영평가 결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집힌 대법원 판결에 근거한 소송인 만큼 노조원들의 승소도 확실시되는 상황이다.실제 올초 서부발전 노조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소송에서 1심 법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에 반영해야 한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부발전이 항소했지만 승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129개 공공기관이 모두 퇴직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많게는 수천억원을 근로자에게 퇴직금으로 추가 지급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영평가로 인한 성과급이 퇴직금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된 만큼 이제는 ‘무늬만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S에서 E까지 6개 등급 중 D 이하를 받으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이번 정부 들어선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책임’ 등 정성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도 정부 국정 과제에 발맞추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이끌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3조8954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냈지만 경영평가에서는 A등급을 받아 다음해 직원 1인당 평균 182만원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했다. 탈원전 정책 여파 등으로 2018년 1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도 해당 연도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직원들은 1인당 평균 787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 기관의 목적에 맞는 경영 효율화보다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시책에 얼마나 잘 따랐느냐에 따라 포상하는 방식이 되면 공공기관의 경영 비효율화가 커진다”며 “결국 이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